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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담배 혹은 술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4259 등록일: 2022-01-13


 담배 혹은 술 

그는 돈이 없어서 담배를 끊었다
돈이 없어서 그는 술을 끊었다
내게 담배는 별것 아니었다
돈이 없으면 끊었다가 돈이 생기면 다시 태우는 정도였다 
내게 술은 별것 아니었다
돈이 없으면 끊어도 되고 돈 있으면 다시 마실 수 있는 
이것도 저것도 아니었다  
담배를 태워도 혹은 안 태워도 큰 문제도 없고  
잘 된 일이 있는 것도 아닌 그런대로 넘어가는 정도였다 
술은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하니 술은 제구실을 못했다 
술에서 담배까지 목숨 걸고 달려갈 필요가 없다 
담배도 술도 피우고 마시는 일이 끝나고 시기가 다 한 뒤에 

아직 가시지 않고 남아 있는 운치 그것은 허상의 자투리였다 
언제든지 마음먹기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원리였다 
사람의 몸에 필요한 영양소가 들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냥 독특한 향기에 맛은 있어 즐길 수 있을 뿐이다 
나는 술과 담배에 애착을 느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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