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규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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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혹은 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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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선규 |
추천: 0건
조회: 3393 등록일: 2022-01-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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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혹은 술
그는 돈이 없어서 담배를 끊었다 돈이 없어서 그는 술을 끊었다 내게 담배는 별것 아니었다 돈이 없으면 끊었다가 돈이 생기면 다시 태우는 정도였다 내게 술은 별것 아니었다 돈이 없으면 끊어도 되고 돈 있으면 다시 마실 수 있는 이것도 저것도 아니었다 담배를 태워도 혹은 안 태워도 큰 문제도 없고 잘 된 일이 있는 것도 아닌 그런대로 넘어가는 정도였다 술은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하니 술은 제구실을 못했다 술에서 담배까지 목숨 걸고 달려갈 필요가 없다 담배도 술도 피우고 마시는 일이 끝나고 시기가 다 한 뒤에 아직 가시지 않고 남아 있는 운치 그것은 허상의 자투리였다 언제든지 마음먹기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원리였다 사람의 몸에 필요한 영양소가 들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냥 독특한 향기에 맛은 있어 즐길 수 있을 뿐이다 나는 술과 담배에 애착을 느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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