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 좋은 날 배추밭에 벌레가 길을 나섰다 배춧잎을 꼼지락꼼지락 가로질러 지름길로 갔다 누에가 뽕잎을 조금씩 먹어 들어가는 양 시나브로 배추를 갉아먹었다 잘 들리지도 않는 배춧잎 갉아먹는 소리가 사각사각 둥지를 틀었다 그리움일까 푸른 배춧잎에서 그 사각거림은 더욱 컸다 큰 그리움을 넘었다 그것은 사랑을 해보지 않았어도 해본 것 같은 착각이었다 누가 말해주지 않았지만 사랑일 것이라는 눈치였다 누군가를 곁에 두고 싶은 내 마음의 첫 자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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