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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한 해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4295 등록일: 2021-10-16

한 해


수도꼭지에서 시간이 쏟아져 흘렀다 
지난 50년은 시간의 담벼락에 
아무것도 그린 게 없었다 
흐르는 시간은 일정한 때가  
되기도 하지만 그게 모두의 시간은 
아니었다 
시간은 늙고 병들어 아픈 사람의    
사정을 다 들어주면서까지 태워 갈 수는 없었다
누군가는 늙어서 제대로 걸음도 걷지 못해서 스쳤다 

또 다른 누군가는 아파서 데려갈 수가 없기에 
못 본체 담을 돌아서 왔다 
누군가는 데려감을 당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세월의 뒤안길에 버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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