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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천안 함의 기억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1811 등록일: 2010-11-12
천안 함의 기억 海 月 정선규

언제부터인가 꿈이었다는 바다의 멀미가 우울하게 생겼다
3월의 바다는 첩첩산중 외딴 집 연상시켜주듯 고요히 자장가 일으켜
실바람 흔들리는 리듬 박자 시끄러운 꿈자리 이별여행 마중하듯
서리서리 하얗게 가누지 못한 채 수평선 가로질러 눕는다
유독 이 시간 바다는 왜 그렇게 어둠 속에서 부드러운 물결로 속삭이는지
곧 바닷속 깊이 보쌈당한 생명 옮겨갈 모를 운명의 소유자
그동안 누군가의 손에 꼭 쥔 돌멩이 바다로 날아가는 듯 바다에 천안 함이 떨어졌다
말 말 말의 대한민국 암초 빼기다 격침 더하기다. 오만가지 회계 들었다 났다 떠돌아
주인 없는 월급은 억울하게 종신형 선고받고 통장 속으로 가라앉힘 당했다

바다는 아주 간사한 달빛 분위기 의아스러움 돋아 아주 고집스러워
도도한 채 품위유지하고 있으니
왜 글쎄 누가 어떻게 무엇 때문에 천안 함을 불러오는 궁금증은 더 오묘해만 가고
토라지듯 수평선 모퉁이로 빼져 유유히 비밀스럽게 묻었다
허리는 두 동강 바닷속 펄에 비녀 뽑혀 예리한 침 억세게 맞은 것이라
아직은 죽음도 찾아내기 어려워 들락날락 정신없는 미로 밖의 젊은 군인의 목숨
부대끼는 조국을 생각해 그렇게 식당 그리고 화장실 혹은 침실에서 영원을 약속했다
아! 비통하다. 왜 젊은 군인의 영혼은 널브러진 육체에서 이탈을 시도 당했나

가슴이 찢어진다
육 절기 생삼겹 잘려나간다
죽음도 그의 사명이라 불러주리
더는 .....
바다 덮은 사랑 한주호 준위의 죽음
의식 부재 그리고 눈뜨지 못해 끝으로 간 길
그저, 그저 뭐란 말인가
보낼 수 없는 배웅으로 가슴은 끝내 빛바래 낙장 된다

작은 씨앗 아낄 자리 없이 젖은 생명 건져 만선의 기쁨
신명나게 길 떠난 금 양호 이제나저제나 불꽃 같은 눈동자 횃불 될 때
다음 세대에 또 이렇게 이곳에서 기약한 환생 다짐하듯 역력하게 바다 밑에 잠겼다
어느 쓸쓸한 바닷가 그 찻집에서 고독 서럽게 앉았을 영혼의 초상
하지만 오늘도 바다는 조류의 도도함만 만끽한 채 우리를 외면하고
그의 빈소에는 구구절절 구구단 외우는 어느 소년의 모습만 기울어져
배웅받지 못할 장례식 떨거지 됐다

우리 마음은 오만가지 생각이 뜨고 지는 파편의 별빛
당신들을 향한 신비로운 별빛으로 은하수 동쪽을 밝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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