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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아스팔트가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0895 등록일: 2010-11-11
아스팔트가

친구들한테서 오랜만에 어제 연락이 왔습니다
다들 요즘 먹고 사느라고 얼굴 한 번 제대로 못 본다고
이번 기회에 모여서 즐거운 시간도 보내고 함께 하면서
한 잔도 하고 노래방에 들러 소리도 지르면서
케케묵은 스트레스 풀자고 말입니다
아무튼 우리는 부랴부랴 연락되는 대로
한자리에 모여서 술에 건 하게 취해 마음을 기울이고
서로의 안부와 얼굴을 담아서 마셨습니다
그리고 흔한 말로 2차로 노래방에 갔습니다
누구는 앉아서 이야기하고 누구는 목이 터져라
신 나게 노래하는 것인지 소리를 지르는 것인지
하고 누구는 앉아서 하염없이 쿨쿨 자고
다들 자유롭게 놀고 있는데
옆의 친구 휴대전화 벨이 울렸습니다
그 친구는 잔뜩 술에 취해 있었지만
누구한테서 온 전화인지 정신이 번쩍 드는 목소리로
"여보세요. 응 그래 지금 바로 갈게"
대답하더니 말도 없이 불쑥 자리를 떴습니다
그 친구가 그렇게 간 후 우리는 아무도
더는 그 친구에 대해서 몰랐습니다
심지어 그 친구가 자리를 뜬 줄도 모르는
친구도 있었을 정도로
광란의 밤을 보냈습니다
이튿날 우리는 집이 이웃인지라
아침에 대문 밖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의 얼굴을 보니
온통 상처투성이지 뭡니까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더니
"응 별거 아니야 어제 노래방에서 마누라 전화받고
큰아이가 아프다고 해서 급하게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달리는데 재수 없는 아스팔트가 왜 남의 배를
갈리고 넘어가느냐며 자전거를 확 잡아당기는 바람에
내 몸이 앞으로 고꾸라져서 키스했는데 그 흔적이
너무 크네!" 하더니
"껄껄껄" 웃지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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