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기에도 아까운 당신
땅거미가 내린다.
저녁은 어둡게 낮을 누른다.
밝은 색깔 위에 어두운 색깔이 내리며
살얼음 같은 어스름이 피어났다.
오늘 저녁 밥상 위에 푸릇푸릇
군침을 돋치는 시금치 나물이 고개를 들었고
따뜻한 된장찌개 향기가 넌지시 피었다.
요즘은 짭잘하게 무치고 졸인 자반 위에서
젓가락이 안무를 한다. 사는게 뭐 별거 있나.
서로 알아주는 것이다.
그저 평범한 저녁 한끼를 놓고도
남편은 아내를 바라보고 아내는 남편의
해바라기가 되어 준다.
평생토록 보고 있어도 또 보고 싶어 하다가
문득 어느날 바라보기에도 아까워지는 순간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