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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겨울 남자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4234 등록일: 2021-08-11

겨울 남자


그해 겨울 분위기는 아득했다 
불도 켜지 않은 추운 방 안에서 
그는 죽어가고 있었다
온몸은 싸늘하게 멍이 들었고 
맹추위는 뼈마디를 찔러 쪼개는 
아픔이었다 
보일러가 아쉬웠다
방바닥에서 뜨거운 물이 돌았다 
그의 긴장했던 근육은 느즈러졌다  
이 밤 생명의 농성장이었던 
그의 몸에서 진압은 시작되었다 
추위를 막기 위해서 쌓아 놓은 
흙은 처참하게 무너졌고 
생명의 큰 대로는 활짝 열렸다
생체리듬은 심장을 힘차게 도약시켰다 
그의 몸은 벅차게 타올랐다 
생명의 불꽃은 꺼졌던 세포에 불을 밝혔다
그는 야광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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