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규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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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의 말 걸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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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선규 |
추천: 0건
조회: 4217 등록일: 2021-04-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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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의 말 걸기
교회 화장실 앞에 있는 긴 의자에 어르신이 앉아 있다 “그게 뭐예요” 매우 뻔한 질문이었다 “전도지인데요” 그게 전도지라는 것을 모를 리 없었지만 어르신의 본심은 아니었다 어르신은 전도지를 재빨리 오려내었고 손녀를 붙여 넣었다 오늘 손녀가 서울에서 결혼하는데 어르신 몸이 종합병원이라서 못 갔단다 어느새 눈가에는 초롱초롱한 눈물방울이 맺혔다 그것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아픔의 잔상이었다 어르신은 먼 산을 바라보면서 손녀가 꽃길만을 걸어가기를 기도했다 그깟 손녀가 뭐기에 이럴 때 보면 끝까지 뭐라고 단정할 수 없는 게 인생의 저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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