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되어버린 추억
가을의 어느 날
소년은 사르르 잠에 떨어졌다.
눈을 감은 그곳에서는 고장이 난 듯
안방 뒷문이 사르르 입을 벌렸다.
생각이 갑자기 떠오르는 모양처럼
빨, 주, 노, 초, 파, 남, 보 일곱 빛깔의
희귀한 무궁화꽃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눈이 어른어른한 것이 눈부시게 화려했다.
형용 색색 이목구비가 뚜렷한 게
무지갯빛 나이테를 형성하고 있었다.
나는 꽃의 행성이 되어 황홀경에 빠져
있었다.
일곱 빛깔 꽃 가운데 정열적인
새빨간 꽃잎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그 정열을 이기지 못하고 말았다.
꺾고자 고개를 숙이는 순간
꽃인지 새인지 아니면 떨어지는 꽃잎인지
새빨간 새 한 마리가 달아났다.
그 순간은 참으로 절묘했다.
꺾으면 날아가리라.
단단히 마음 먹고 기다리고 있었던 듯
잡지 못한 아쉬움을 더 했다.
나는 그 꿈이 다한 뒤에도
아직 가시지 않은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운치 앞에서 “이게, 아닌데”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