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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세월의 감촉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4724 등록일: 2020-07-18

세월의 감촉


구김살 하나 없이 고왔던 아주머니 얼굴에는 
어느덧 가늘고 굵은 주름살이 곰살맞게 내렸다 
감추어 두었던 세월을 서랍에서 꺼내어 
지금 내보이듯 주름살은 그 민낯을 떠올렸다  
하얀 종이 위에 시를 그리다가 어그러져  
꼬깃꼬깃 구겨 버리는 종잇장 같았다
아주머니는 늘 사람답게 살기를 원했다  
사람답게 살기 위한 긴 몸부림의 세월 동안  
그 삶의 무게는 얼마나 견디기 힘들고 외로웠을지
한 여자가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라면 어려운 고비를 
다 겪어 보았겠지
사람답게 노래하다가 삐긋해서 구겨 버리고 
또 구기면서 때로는 돌이키고 또 때로는 되돌렸을
것이기에 
인생의 골곡점에서 인생은 반달이 되었다가 
보름달이 되었다가 세월은 그렇게 문을 열고 
닫으며 익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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