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규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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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에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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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선규 |
추천: 0건
조회: 4452 등록일: 2020-06-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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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에게서 아침에 부스스 잠에서 깨어났다. 안개가 자욱하다. 앞은 칡흑 같은 안개만 깔렸다. 안개 속에서 미친듯이 헤매고 싶었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뛰어 다니고 싶었다. 넓고 조용한 세상을 떠돌고 싶었다. 묵은 마음이 고개를 들었다. 안개 속에서 아무렇게나 아무데로나 목적없이 걷고 싶었다. 그렇게 미친 사람처럼 아무 생각 없이 오직 걷기에 무아지경이 된다면 세상은 잊혀지리라.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는 세상을 그저 발길 닿는 대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안개에 몸을 맡긴 채 하염없이 걸어가면 사람만 생각하며 살아가는 땅이 있으리라. 마음의 열병으로 인해 점점 정신은 희멀겋게 떠오르고 있었다. 그냥 사람 냄새 나는 곳에서 살고 싶은 욕망으로 나는 허물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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