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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사랑하는 조카딸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4293 등록일: 2019-11-26

사랑하는 조카딸

 2015 지루했던 한 해도 뉘엿뉘엿 저물어가던 어느 날, 아주 특별한 손님이 블로그를 다녀갔다. 외삼촌 보고 싶었다. 응답해라.” 순간 나는 못 볼 것을 본 사람처럼 화들짝 놀랐다. “외삼촌 보고 싶었다.”에서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었다. 20년을 훌쩍 넘어서 지금 외삼촌은 사십 대 중반이 되어 있었고 조카딸은 삼십 대 중반이 되어 있었다.

나는 20대에 경주 누나 집에서 직장생활을 했었다. 조카가 중학교에 입학하던 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는 경주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왔었다. 지금 길을 가다 마주친다 해도 전혀 몰라보겠다. 이제 30대의 어엿한 아가씨가 되어 직장생활도 하고 연애도 하고 결혼도 했으리라.

외삼촌도 변한 게 하나도 없네.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아. 그런데 외삼촌은 전보다 살 많이 붙었네. 나는 외삼촌이 이렇게 살진 모습은 처음 봤어. 나하고 외삼촌은 많이 닮았어. 교회 다니는 것도 그렇고 나는 작가를 꿈꾸고 외삼촌은 작가로 살고.”

정말 변한 게 하나도 없었다. 조카는 학교에 갔다만 오면 내 옆에서 종달새처럼 쉬지 않고 지저귀었다. 친구들 이야기, 선생님 등하굣길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곤 했었다.

불현듯 작가가 되겠다는 말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이 땅에서 작가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할 수만 있다면 그 마음을 돌이키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작가가 될 수 있는지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블로그에 들어온 것이었다.

조카는 오래전에 결핵을 앓았다고 했다. 결핵이 폐와 기관지, , 림프샘까지 전이돼서 결국 림프샘 제거 수술을 했고 전염 균이 떨어지지 않아서 병원에 오랫동안 입원하여 지속적으로 약을 먹었는데 약의 부작용이 있어 간 수치가 두 번이나 오백까지 뛰어 올라가서 약을 바꾸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다행히 그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나서야 겨우 몸은 다 나았지만, 불행하게도 스물여덟 살 되던 해 교통사고를 당해 목 디스크, 어깨충돌 증후군, 척추 족만 증을 앓고 있다고도 했다. 또 결핵약 부작용의 후유증으로 인한 말초 신경염으로 양쪽 발 감각이 떨어지고 늘 저리다고 한다.

하지만 천만 다행한 것은 죽지 않을 만큼의 한정 되어 있는 정도라서 그나마 직장생활하는 데 지장은 없단다. 다행히 고생에도 그 질량이 있어 그 부피만큼 다루어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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