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자리
“야! 김 옹이 너 대문 위에서 졸면 떨어진다. 그래서 어디 김 옹이 하겠어. 오늘부터 정 옹이로 강등이야.” 아침 일찍 대문 위로 올라가 아침 해맞이에 집중하는 하는지 아니면 마음 수련에 눈을 뜨는 것인지 아무튼 옹이의 하루 일과는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집사님이 현관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와서 올려다본다. “감독하려면 내려와서 해 빨리.” 집사님 성화에 못 이겨 감독이 되었다. 그 후 집사님은 마당에서 선풍기를 고치다가도 고추에 물을 주다가도 말씀하셨다. “감독이 이제 나오면 어떡해 감독이 감독을 해야지.” 하지만 옹이는 우리의 곁을 떠났다.
어느 날 교회를 갔다 와서 보니까 옹이 밥그릇이 마당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왠지 누군가 고의적으로 옹이의 흔적을 없애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은근히 걱정이 앞서는데 마침 송 권사님이 올라오셨다. “오늘 새벽에 교회 가다 보니까 도로 위에 고양이가 차에 치어 죽었더라고. 교회 갖다오면서 보니까 누가 약해먹으려고 가져갔는지 없데.” 나는 어느 길고양이 이야기인 줄 알고 그러려니 지나쳤다. 하지만 점점 얘기를 듣다보니 은근히 우리 옹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옹이가요?” 권사님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나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묶어 놓을 걸 후회했지만 이미 버스는 지나갔다.
요즘 그렇지 않아도 옹이를 볼 때마다 자꾸만 눈에 밟혔다. 어떻게 저 녀석을 두고 이사를 갈까? 작년 9월 갑자기 연 옹이가 집을 나가고 혼자가 되어버린 녀석을 보고 있으면 전에 없이 더 애틋하고 안 돼 보이곤 했다.
녀석들은 일 년이 넘도록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다. 내가 가까이 가면 밥을 먹다가도 달아나고 평소에도 경계를 풀지 않고 눈치를 봤는데 집사님은 고양이를 다 쫓아낸다고 난리였다.
이를 보다 못한 집사님이 나섰다. “뭘 몰라도 한참 모르네. 고양이 하고 맨입으로 친해지려면 되나. 밥을 줘야지 안 그러면 안와 밥 줘”
그날부터 나는 녀석들에게 아침, 점심, 저녁을 챙겨주었는데 이게 화근이었다. 집사님은 심심하면 주고 심심하면 준다고 고양이 사료를 감추어 놓았고 나를 업무에서 배재 시켰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집사님은 다시 나한테 녀석들을 맡겼다. 우리는 고양이를 공동 양육했다. 나는 두 녀석을 합쳐 옹 옹이라 불렀다. “옹 옹이 둘이서 그것밖에 못하나? 징그럽게 말도 안 들어. 비오는 날 먼지 나게 맞아야 돼” 우리 집 막내 녀석들은 하는 짓도 얼마나 유별난지 비위 맞추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키운 보람도 없이 연 옹이는 작년 9월 홀연히 집을 떠나 돌아오지 않았고 옹이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제 나도 떠나려 한다. 만감이 교차한다.
어느 날 권사님은 어디 가서 어떻게 따오셨는지 오디를 한 바구니 따 오셨다. “당뇨에 좋데 먹어” 교회 사람들은 우리를 닮았다고 했다.
그날 권사님은 얼마나 힘들게 오디를 땄는지 얼굴은 까맣게 그을리고 머리는 마구 헝클어져 있었다.
이제 아파트로 이사 가면 당뇨에 좋다는 오디 한 바구니 따 줄 권사님도 없겠지. “권사님한테 얘기해 없으면 모를까 있으면 줘” 귀 뜸 해줄 사람도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