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어르신
무더위기 기승을 부리던 8월 나는 영주문어를 취재하고자 신 영주 번개시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저 멀리 땡볕 아래 뜨거운 아스팔트가 숨 막히는 열기를 토하고 있는데 노상주차장을 전기자전거를 다니는 어르신이 요금을 징수하고 있었다.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더위를 피하기는 막막했고 어디 쉴 만한 곳은 그림자도 없었다.
어르신이 열사병에 쓰러질 새라 노파심이 일었다. 나는 어르신을 만나보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어르신! 이 노상주차장에서 일하세요?” 난데없는 불청객의 질문에 어르신은 당황하는 듯 다가왔다. “어르신 이 노상 주차장은 어디서 운영하는 것인가요?” 어르신은 물었다. “어디서 나오셨어요?” 나는 기자증을 보였다.
어르신은 놀라움이었을까? 아니면 반가움이었을까? “기자세요?” “예, 어르신 여기서 일하시는 거예요? 돈은 얼마나 받으세요?” 어르신은 고개를 돌렸다. “하루에 만 오천 원 정도 됩니다.” 만 오천 원 그렇다면 시급인가? 나는 물었다. “시급인가요?” 어르신은 시급은 아니라 그날그날 사장한테 얼마의 일정액을 입금시키고 가져가는 돈이라 했다.
“그럼 이 노상주차장은 업체에서 운영하는 하겠네요?” “영주시에서 하는데 사장이 있어요.” 그렇다면 위탁운영! 어르신은 집에서 노느니 용돈 벌어 쓰는 것이라고 했다.
“주 5일 근무인가요?” 어르신은 그게 아니라는 듯 퉁명스럽게 말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일하고 공휴일은 쉽니다.” 나는 다시 한 번 노상주차장을 둘러보았다.
노상에서 식사는 어떻게 하실까? “어르신 점심은 어디 식당에 들어가서 드시나요?” “여기 앉아서 1.000원짜리 빵 하나와 우유로 때웁니다. 점심 먹다 보면 다 도망가기 때문에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어르신은 별것도 아니라는 듯 이미 이런 일상이 오래되었다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화장실은 어떻게 해결하고 계실까? 나는 물었다. “어르신 화장실은 어떻게 하세요?” “아는 식당을 이용합니다.” 말씀하시면서 전기자전거에 매달린 하얀 비닐봉지에서 빵과 우유를 꺼내셨다.
“기자라니까 말할게요. 사람들이 법을 지키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주차요금 1000원, 500원 안 주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무시하고 또 어떤 사람은 오만 원 짜리 지폐를 주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카드를 냅니다. 특히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도로에 노상주차장을 만들어 놓고 돈 받는 곳은 영주뿐이라고 합니다. 아주 심하면 3~4일씩 차를 대놓고 빼주지 않아요. 연락처로 전화하면 받지도 않고 내가 법을 알아야 어떻게 하지요. 법을 몰라서 따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몸으로 차를 막을 수도 없고 자식 같은 사람들하고 싸울 수도 없습니다. 여러 번 시에 주차요금을 받게 해달라고 얘기도 해봤지만 달라지지 않아요. 지나가는 경찰관을 붙잡고 얘기도 했지만 대답은 늘 시청에 얘기하라고 합니다. 누가 기자인지 알아야 얘기 하지요. 누가 기자라고 얘기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말하지요.”
그동안 어르신의 스트레스가 심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어르신 곁에는 좋은 사람들도 있었다. “세상에는 나쁜 사람들도 있지만 좋은 사람들도 많습니다. 물도 갖다 주고 국수를 사주기도 하고 세상은 살만 합니다.” “어르신 어떻게 해드리면 될까요?” 어르신은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것은 필요 없고 주차요금만 받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며칠씩 주차해 놓은 차를 시에서 견인 해다가 보관하고 차를 찾아갈 때 주차요금을 받게 해줬으면 합니다.”
나는 영주시에 대책은 없는지 물었다. 영주시는 업체에 사용수익 노상 사용 허가권을 내주었고 주차요금징수원도 받지 못하는 요금을 어떻게 받아주겠느냐며 난색을 표했다.
또한 노상 주차장이 길어서 90세에 가까운 어르신이 관리하기에 힘들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주차요금 징수원들은 구역을 많이 맡아야 돈이 많이 들어온다며 업체 쪽에 연락해서 주차요금징수원 인원을 보충하고 구역 조정을 통해 질을 높이겠다고 했다.
한편 어르신은 집에 돌아가서 주머니에 가득한 동전을 방바닥에 쏟아놓고 보면 부자라며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남을 해롭게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