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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시인의 인연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3841 등록일: 2019-07-11

 

시인의 인연

 

이문기 스튜디오에 앉아 있을 때였다.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선생님!” 뜻밖의 반가운 목소리에 귀가 다 환해졌다. “, 집사님” “선생님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나는 씩 웃었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큰 문제도 없었고 그렇다고 잘된 일도 없지만 그런대로 괜찮았기 때문이다. “잘 지내고 있습니다.” “건강은 괜찮으시고요.” 문득 벌써 내가 건강을 생각할 나이가 되었는가? 싶은 마음에 만감이 교차했다. “불현듯 요즘 선생님이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생각이 나서 전화했어요.” 집사님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쟁쟁하셨다.

내가 처음 집사님을 만난 것은 다음카페 찬양이 있는 풍경이었다. 그때 나는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하고 밤새도록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는 열병을 앓고 있었다. 누가 운명적이라 했던가? 마치 이미 정해진 길을 따라 가듯 부드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글을 올리면 집사님은 어디선가 별똥별처럼 나타났다가 댓글을 남긴 채 어디론가 사라지곤 했다.

집사님은 강원도 태백에서 세탁소를 운영하고 계셨는데 그 삶은 정말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게 빛이 나고 있었다. 나이가 오십인데 낮에는 세탁소에서 일하고 밤이면 야학에 나가서 공부에 전념했다. 그리고 고입검정고시를 거쳐 10년 만에 대입검정고시에 당당하게 합격했고 대학을 졸업하고 당시 대학원을 휴학 중이었다.

그 언젠가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겠다며 말씀하시던 집사님 모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집사님 사회복지사 자격증은 따셨어요?” “, 혹시 내가 나중에 요양원을 한다면 그때 필요할 것 같아서요. 그런데 선생님 요즘 생활은 어떠세요?” 집사님은 숨 쉴 틈도 없이 밀고 들어오셨다.

이것은 마치 부딪힐 돌에 부딪힌 듯했다. 아니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리 없다. 신경이 많이 쓰시는 것 같았다. “견딜 만합니다.” 벌써 10년을 하루 같이 버텨왔으니 오죽할까.

2006년 나는 그 흔한 컴퓨터 한대 없이 등단했다. 그 덕분으로 나는 매일 이리저리 PC방을 찾아다니며 힘든 줄 모르고 미친 듯이 글을 썼다.

그렇게 하루를 살고 나면 또 오늘도 견디고 버텼다는 것에 스스로 위로를 삼으며 자신감을 키웠다. 그때 나에게는 버틸 수 있는 힘만 있어도 희망이었던 같다. 그리고 아직 10년은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블로그에 들어가서 보니 지금까지 책을 많이 내셨던데요.”

이 모든 것은 집사님의 덕분이었다.

어느 날 집사님은 무슨 생각을 하셨는지 뜬금없이 물었다. “특별히 좋아하시는 거 있으세요.” 하지만 내게 그런 것은 없었다. “없습니다.” 집사님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고 권했다.

그때 떡 충이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하얀 김을 모락모락 공중으로 내 뱉어 흩으며 다가오는 따뜻하고 말랑말랑 쫀득한 가래떡이었다. “집사님 가래떡이 생각나네요.” “그래요! 그럼 내가 해서 보내줄 테니 주소 좀 불러보세요.”

그 후 집사님은 해마다 연말이면 연례행사 하듯 정성껏 가래떡을 보내주셨다. 아마 부모님이 다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새해 누가 떡국 한 그릇 제대로 끓여 주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 마음에 그랬던 것 같다. 나는 떡을 가지고 방방이 돌아다니며 나눠 주었는데 그때마다 왠지 남의 곡간을 털어서 인심 쓰는 것 같아 나도 모르는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선생님 책 나오면 꼭 연락하세요. 제가 사서 보기도 하고 주위에 많이 알릴게요. 선생님 글은 정말 좋아요.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집사님의 말씀은 그 어떤 일이 끝나고 시기가 다한 뒤에도 아직 가시지 않고 남아 있어 고상하고 품위를 갖춘 멋이 되고 소리가 그친 뒤에도 귀에 남아 있어 나이테를 그리는 마치 어떤 일이 끝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 뒷말이 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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