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하다.
 
어느 덧 2월이 되었다.

오늘, 그 낙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다.  
​손가락 끝에 하나의 열매처럼 단단한 몽오리가  

매듭이 풀렸는지 간지러움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여물대로 여문 겨울은 땅으로 떨어지고 봄은 나무에 앙증맞게 걸렸다  

그들은 교차로를 지나면서 서로 옷깃을 스쳤다

잠깐 섞이고 섞였다  

그리고 

​

춥다고 내색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따뜻하다고 말도 꺼내지 못했다

그야말로 세상살이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형국이었다

​아지랑이, 지렁이, 뱀, 가물치, 뱀장어 몸이 긴 것들이

흐물흐물 땅을 기어가고 유유히 강물을 헤엄쳐 갔다   

어린아이의 손이 꿈틀거렸다

​그렇게 심하지 않은 통증처럼 가물거렸다

​어쩌다가 머리 한대 얻어 맞았다

더는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언짢은 지경에 빠져 버렸다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

그리고

​

아무렇게나 엉켜버린 전선에서 시끄러운 잡음이 불티처럼 지나갔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이것 저것 다 없는 분별없는 잔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