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유별나게 이상한 날이었다. 도서관에 가만히 앉아서 조용히 글을 쓰는데 특별한 이유도 없이 막연하게 집 생각이 났다.
콕 집어서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누가 옆에서 가야만 한다고 그래야만 한다고 속삭이는 듯했다.
막연하긴 했지만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하나의 자동문처럼 생각 앞에만 서 있는데 밀물이 들어오듯 사르르 차올랐다. 더는 참을 수 없었던 것일까.
내 얼굴은 서서히 감꽃처럼 붉게 물들어 오르는데 마치 어린아이가 옹알이를 시작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도서관에서 쫓기듯 나와서 집으로 향했다. 먼발치에서 보이는 집은 따뜻한 봄 햇살 위에 온화하게 놓여 평화를 머금고 있었다. 암탉이 제 새끼를 날개 아래 모으듯 하루의 평안이 다 보였다.
나는 그 평안이 깨어질까 싶어 지그시 땅을 내리밟고 또 내리밟으며 곧장 집으로 갔다. 이윽고 집에 도착해서 보니 형과 어머니가 텔레비전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는데 그 모습은 누가 와도 모를 깨어지지 않을 안정된 철옹성이었다.
마치 금남의 집에는 남자가 들어갈 수 없는 것처럼 평온하지 않으면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집이었다.
어머니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어디서 타는 냄새 난다” 하지만 나는 맡지 못했다. 문득 소변이 보고 싶어 밖으로 나와 화장실로 향하는데 불쑥 어디선가 타는 냄새에 코끝을 잡혔다.
나는 이웃집에서 쓰레기 태우는 일상의 다반사라 여겼다. 하지만 그 생각은 오래 가지 못했다. 물고기 배가 갈라지고 내장이 밖으로 흘러나오듯 냄새는 점점 불거지고 있었다.
무심코 주방 쪽을 바라보니 시커먼 연기가 온통 천정을 뒤덮었고 금방이라도 집을 집어 삼켜버릴 듯 불길은 험악했다.
그제야 나는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게 뭐야. 이게 뭐야.” 놀란 가슴을 잡고 주방으로 뛰었다.
형과 어머니는 놀라서 허겁지겁 밖으로 뛰어 나왔다. “왜, 왜 그래.” 나는 대대답할 겨를도 없이 싱크 대 수도를 틀어 큰 그릇에 물을 받았다. 난쟁이가 쏘아 올리는 공을 생각하며 천정을 향해 힘껏 물을 던졌다.
그렇게 불은 가까스로 꺼졌지만 이상야릇하게 했다. 내가 이때를 위해서 집에 왔나 싶었다.
무엇에 비유 할까. 본디 그 성질이나 성격이 다른 것들이 서로 섞이어 비슷해지거나 같아진 듯 했다.
도저히 말로는 무엇이라고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주 별나고 묘한 기분은 그 어떤 일이 끝나고 그 현상이 시기가 다한 뒤에도 아직 가시지 않는 듯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