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언덕에서
오늘처럼 스산한 바람이 부는 날이면
언덕에 올라 정이품 벼슬은 없지만 위풍당당한 가지에 푸른 솔잎으로 품위를 유지하는
그와 마주한다.
그의 가지 사이를 비집고 달그락 떨리는 쪽문을 열면 송충이 한마리가 아삭아삭 사과를 갉아 먹는 은유 결이 저녁 햇살 위에서 넌출 댄다.
소나무 아래 소년은 떨어진 마른 잎을 갈쿠리로 긁어 자루에 담고 소나무 가지 위를 터벅터벅 거닐어가는 벌레 한 마리 발길 닿는 곳마다 마지막 한 잎까지 다 털었다.
나는 소리 질렀다.
“주민 여러분! 잎사무소에서 알려드립니다.”
반사적으로 바람은 내게 물었다.
“이장 아저씨 사무실은 리사무소인가요? 립사무소인가요?”
돌연 정신이 번쩍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