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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여기까지 도우신 하나님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4383 등록일: 2017-05-30

여기까지 도우신 하나님

 

2016318일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던 날, 병원에서 퇴원했다. 방을 얻기 위해서 안동 민박으로 향했다. 막상 도착해서 보니 방은 작고 어두웠다. 마루에는 여기저기 작업복들이 덩굴처럼 걸려 있었다. 언제 앉았는지도 모를 그런 희뿌연 먼지가 켜켜이 덮여 있었다. 이제 곧 여름이 올 텐데. 작업복에서 찌든 땀 냄새가 시끄럽게 기어 나올 듯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힘들게 막노동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오늘같이 아침부터 비가 내리는 날이면 일을 할 수 없어 마당에 불을 피워놓고 고기를 구워 소주 한 잔에 시간을 걸쳤다. 

나는 망설였다. 어떻게 보면 사람 살아가는 냄새나는 곳에서 함께 어우러져 시끄럽게 살아간다는 것이 외롭지 않고 괜찮을 듯했다. 하지만 평소 성경책 읽기를 좋아하고 책을 가까이하는 내게는 거리낌이 있었다. 성경책보다 술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 책보다 술을 더 가까이하는 사람들 그래서 술을 권하고 어울려 살아가는 사람들 나는 그들에게 자리를 비켜주어야만 했다.

나는 도망하다시피 그 집을 빠져나왔다. 교차로를 뽑아 들고는 비 들지 않는 건물 앞에 청승맞게 쪼그리고 앉았다. 하지만 방은 없었다. 다시 벼룩시장을 보며 봄비를 맞으며 처량하게 걸었다. 

어디 없을까? 어디 없을까? 하다가 문득 십만 원짜리 방이 눈에 들어왔다. 가서 보니 한 사람이 잠만 잘 수 있는 아주 작은 방이었다. 나는 망설였다. 생활해야 하는데 이 방을 얻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바로 그때 주인아주머니는 내 마음을 알았을까. 옆에 큰 방도 있다면서 얼른 부엌 달린 방을 보여줬다. 비는 내리고 십오만 원에 계약했다.

그 후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시간은 추석을 관통했다. 그동안 다니지 못했던 새벽예배를 다니기 시작했다. 내년 3월에 꼭 교회에서 가까운 곳으로 이사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러던 12월의 어느 날 저녁, 이번 달 수도요금이 구만 원이 나왔다며 주인집 아주머니가 매우 걱정스럽게 찾아오셨다. 

지난 10월 수도가 샌다고 해서 기술자를 불러 마당을 팠지만 끝내 어디서 새는지 찾지 못했다. 그래서 수도계량기를 잠가 놓고 사용했지만 아뿔싸! 물은 다른 어디선가에서 계속 새고 있었다. 

그러니 여기 있어 봐야 물 쓰기 불편해서 빨래도 못 하고 화장실 사용도 어려우니 속 편하게 방을 얻어나가라는 것이다. 마침 아주머니가 다니는 교회 집사님 댁에 빈 방이 있으니 내일 같이 가서 보자고 하셨다. 그 집은 네 가구가 살고 있는데 방은 기름보일러이고 전기는 가구마다 따로 계량기가 달려 있고 수도만 1층과 2층이 따로 쓴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내 손에 쥔 사글세 이백오십만 원이 없었다. 나는 아주머니께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 이리저리 다른 방을 알아봤지만, 때가 연말인지라 그런지 방이 없었다.

다행히 지난 9월부터 내년 3월에는 꼭 교회에서 가까운 곳으로 이사하게 해달라며 기도로 심었으니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일단 송구영신 예배와 신년특별새벽기도회에 참석하면서 하나님께서 어떻게 역사하시는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지켜보기로 했다.

그렇게 며칠이 흘러갔고 공중화장실을 다녀오다가 집 앞에서 아주머니를 만나서 뜻밖의 말을 들었다. 언제 집을 팔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집을 팔았다고 했다. 그리고 여기서 설을 지내고 나가기로 했는데 아주머니는 돌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오늘 새 주인에게 3월 말까지 더 있다가 나가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있고 싶으면 그때까지 있으라니. 빨래는 매주 금요일마다 벗어서 부엌에 내놓으면 아들네 집에 가서 세탁기로 돌려다 줄 것이다. 화장실은 조금 고생이 되더라도 번개시장 공중화장실을 쓰고 물은 필요할 때마다 한꺼번에 같이 받아서 쓰기로 한다.

그날부터 아주머니는 고생이었다때마다 연탄 갈아주랴 아침마다 반찬 만들어 주랴 물이 없어 밥 굶을까 씻지도 못하고 교회 갈까? 가슴 조이며 빨래 돌려다 주느라 그야말로 두 집 살림을 혼자 하다시피 했다.

그런데 놀라운 정말 놀라운 일이 생겼다. 찬물을 가득가득 통마다 받아 놓고 썼는데 물은 항상 미지근했다. 어느 날 무심코 머리를 감다가 바닥에서 뜨거운 열기가 올라온다는 것을 알았다. 보일러 선이 부엌 바닥을 지나서 방으로 들어간 탓이었다.

봄은 겨울에 갇혀오듯 서서히 움직였다. 아주머니 내외는 하나, 둘씩 짐을 뺐다. 그날 아침 아주머니는 어김없이 정성껏 무친 봄나물을 가지고 오셨다. 나는 마음이 다급해져서 물었다.“이사하세요“아니, 짐만 빼놓고 밥이나 해 먹고 잠만 자다가 아파트로 들어갈 거야. 집이는 어디로 이사 갈 거야?”나는 어렵게 말했다.우리 교회 집사님 댁으로 가려고요방세는 얼만데?아직 거기까지는 얘기를 안 해봐서 잘 모르겠어요.” 이미 아주머니는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알아볼게. 우리 교회 집사님 댁에 방이 아직 안 나갔는지 모르겠네” 순간 나는 당황했다.사글세 말고 월세로 알아봐 주세요.” 아주머니는 그 집사님과 통화하셨다.아직 밥 안 먹었지밥부터 먹고 같이 가봐.” 

집사님은 아주머니를 통해서 모든 자초지종을 다 듣고 난후 흔쾌히 월세 십 오만 원에 계약해주셨다.

* 신 영주교회 권신애 은퇴권사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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