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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책임은 소통이다.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4418 등록일: 2017-03-14

책임은 소통이다.  

이천십 사년 시월에 영주시 휴천2동 주민 센터에서 문자가 들어와서 확인해보니 연탄 표가 나왔으니 주민 센터에 직접 나와서 찾아가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부리나케 휴천2동 주민 센터 복지계를 찾았다. “저 연탄 표가 나왔다는 연락을 받고 왔습니다.” 말을 하자 복지계 직원은 말할 틈도 없이 주민등록 재발급 창구에 있는 직원이 불렀다. “선생님 이쪽으로 오세요. 신분증 가지고 오셨지요?” 좀 황당했지만 그런가 보다 하는 마음으로 하고 대답하자 직원이 말했다. “신분증 저 주시고 잠시만 앉아서 기다려 주세요.”

그까짓 연탄 표 주는데 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릴까. 한 십 분이면 충분하겠지

하고 기다리는데 갑자기 뭔가 잘못된 것일까? 직원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책상을 다 뒤지면서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시계를 보니 십 분이면 되지 싶었던 일은 삼십 분을 넘기고 있었고 여전히 내 손에는 아직도 연탄 표가 들려 있지 않았다.

그런데 잠시 후 기다린 보람도 없이 선생님 죄송한데 집에 가서 계시면 저희가 집으로 갖다 드리겠습니다.” 말하는데 순간 화가 났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시간이 지날수록 직원의 얼굴빛은 홍당무처럼 달아올랐고 무엇인가 계속해서 찾고 있었다.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 연탄 표 받자고 발목 잡혀서 집필도 못 하는 것은 아닌지 무작정 시간만 버리는 것은 아닌지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딱 일주일에 세 번밖에 할 수 없는 집필이거늘 어떻게 집필하러 나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갈 것이며 이를 누가 보상해줄 것인가? 다들 죄송합니다.” 하면 끝인 줄 알지만 나는 어디 가서도 이 시간을 보상받을 수 없다.

더 생각하다가는 머리가 깨어질 것 같고 그렇다고 도서관에 갔다가 중간에 시간 버리고 나올 수도 없고 결론은 하나였다. “당장 주세요.” 그렇지 않아도 병원에서 나올 때부터 가뜩이나 스트레스받았는데 또 이건 무슨 일인지 안 되는 놈은 뒤로 나자빠져도 코가 깨진다고 하더니 오늘 내 짝이 딱 그 짝이었다.

직원은 직원대로 나는 나대로 힘든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무슨 일일까? 준다던 연타 표는 안 주고 도대체 뭘 저렇게 찾고 있을까? 손에 들고 있는 표를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고 보아하니 내 이름으로 나온 표가 없는 듯 보이는데 그 표가 어디로 사라졌다는 말인가?

쥐 잡듯이 책상 위를 다 찾아보고 서랍을 다 뒤져 봐도 없는지 심지어 어제 표를 받아갔다는 할머니께 전화해서 혹시 다른 사람의 것과 바꾸어 가져가신 것은 아닌지 확인해보았지만, 그건 아닌 것으로 보였다.

이대로 기다려야 할지 아니면 하는 수 없이 집에 가서 기다려야 하는 게 맞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았지만, 특별한 조치가 없이 마냥 언제 나온다는 보장이 없는데 시키는대로 집에 가서 시간만 축내면서 기다리기에는 정말 억울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도저히 해결이 나지 않겠다 싶어 시청 사회복지과로 전화했다.

여보세요 사회복지과지요.” 순간 화들짝 놀란 모든 직원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담당 직원을 도와서 제 일처럼 표 찾는 일을 도왔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표는 그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았고 하는 수 없이 나는 전화번호만 남긴 채 자리를 떴다.

잠시 집에 들러서 볼일 보고 시간에 쫓겨서 허겁지겁 따가운 햇살을 안고 도서관으로 향하는데 주민 센터에서 표를 찾았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고 급히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다시 주민 센터로 되돌아갔다.

담당 직원 김 효진 씨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자리에서 반갑게 일어나서 나를 맞았다

그녀의 손에는 흰 봉투가 들려있는데 그것을 내 앞에 내밀면서 매우 공손한 자세와 말투로 사과와 함께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전후 사정을 말해주었다.  

 봉투 속에서  연탄 표를 꺼내어 보여주면서 이야기 했다. “선생님 성함이 정선규시잖아요. 그런데 여기 보시면 표에 기재된 성함은 정성규로 되어 있어요. 선이 성으로 잘못 표기된 것인데 그걸 제가 몰라서 손에 들고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으로 알고 표가 없다고 생각하고 계속 찾았던 거예요. 원래 담당 직원이 있는데 하필 오늘 출장 가는 바람에 제가 대신 맡다 보니 몰라서 이렇게 되었습니다.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제가 몰라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래 삶의 애환이 없는 직업이 이 세상천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동료의 빈자리를 자신이 책임지고 정말 야무지게 꽉 채워주는 사람이 있었으니 어떻게 보면 내가 화내기를 잘한 것 같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런 보석 같은 사람을 만나려고 결정적으로 내가 화를 냈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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