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십오 년 십 일월 늦은 가을은 날마다 하루가 다르게 추워지고 있었고 나는 그 날도 집필을 마치고 경상북도 영주공공도서관을 나와서 새 희망 병원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그때 내 꿈자리가 몹시 사납다. 고 씨 형님과 제일 가깝게 지내고 항상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는 상수 형님이 날마다 꿈에 보이는 데 이상하게 고 씨 형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상수 형님만 보이는 데 느낌이 좋지 않았다.
뭐라고 할까. 고 씨 형님이 상수 형님을 보냈다고 할지. 고 씨 형님은 못 오고 상수 형님 혼자 온 것이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알 수 없는 뭐 그런 느낌 때문에 고 씨 형님 신변에 혹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을 아닐까.
안 씨 형님이라면 주변에서 쉽게 고 씨 형님을 자주 만날 테니 소식을 알겠다 싶은 마음에서 전화했다.
“형님!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그저 죽지 못해서 살아.” 형님 목소리를 들으니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아무런 변화도 없는 지루한 하루를 보내며 밋밋한 짜증으로 시달리는 듯해 보였다.
“아참! 너 고 씨 알지.” 순간 나는 뭔가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무슨 일 있어요.” “아니 그 사람 며칠 전만 해도 멀쩡했어. 점심 먹으러 나와서 봤었는데 오늘 점심 먹으러 나갔다가 봤어. 쪽방에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크게 현수막으로 써 붙여 놨는데 사진을 보니까 그이야.” 순간 나는 정신이 아찔하고 현기증이 일었다.
“지금 쪽방 사람들 모두 모여서 한국병원 장례식장으로 몰려갔어. 사람 사는 것 참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게 갈 줄 누가 알았어.” 나는 담담한 척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서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고 싶을 뿐인 것을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건데요.” 형님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이어갔다. “그 사람 당뇨 있어?” “그건 왜요.” “항상 보면 주머니에 사탕 가지고 다니면서 먹었지. 술도 안 먹고 담배도 안 피우고 해서 좀 그랬는데 듣자 하니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심근경색이 와서 사망했다네. 나는 정말이지 그 사람 그 정도인 줄 몰랐어.” 나는 목이 잔뜩 메었다. “또 왜요.” “한 번은 담뱃값 없다고 이천 원만 빌려 달라 해서 아무 생각 없이 빌려주었는데 또 나한테 와서 이천 원만 빌려 달라고 하는데 수급비가 어제 나왔는데 하루도 못 가서 다 쓰고 담뱃값 이 천원도 없어서 그러나 싶은 게 사람이 다시 보이더라고.”
차라리 나한테 전화하지. 왜 그랬을까? 어떻게 지내는가 싶어서 아무리 전화해도 안 받고 전화하지도 않더니만….
얼굴도 못 보고 가슴 아프게 보낼 줄 알았더라면 살아생전에 얼굴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올걸.
이렇게 돌아가시고 나니 그동안 글 쓴다는 핑계로 제대로 찾아뵙지도 못한 한 없는 후회가 깃드는 가슴은 생각나는 것은 살아생전 사 드린 담배 한 갑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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