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규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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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열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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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선규 |
추천: 0건
조회: 4330 등록일: 2016-1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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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열매
길고도 차가워 잠겨버린 바다 그 안에서 무엇이 보일까. 짧은 청춘은 시들어 가고 짜게, 짜게 바닷물은 서둘러 잠기고 불에 소금이 치듯 하는 생명은 하루가 천 년 같은 하루의 고통에 천 년이 하루 같은 죽음의 빠른 고통을 당하고 있으리라. 나는 경악하고 만다. 인제 되었다. 네 고통을 내가 다 보고 알았으니 즉시 돌아오라. 하지만 이미 요르단 강은 가까이 오고 금쪽같은 시간은 말없이 자꾸, 자꾸 지워져 싸늘하게 식어버리고 부풀어 오른 싸늘하게 경직된 시신은 초연하게 침묵을 지킨다. 미안하고 사랑하노라. 이젠 허공 속에 산산이 부서지는 이름이 되었다.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더 일찍 불렀더라면 한없이 좋았을 것을 미안하고 사랑하노라 선장아! 선원들아! 너희가 짐짓 그리하였느냐 부작위 살인을 하면서까지 끼리, 끼리 살고자 배와 탑승객 모두 버리고 도망하였느냐. 네게 행한 대로 갚아 주고 생명을 찾는 자가 가까이 있다.
- 1 - 팽목 항의 묵상 태양은 서쪽 하늘 따라 기웃기웃 물속에 귀 기울여 내리고 붉은 노을빛에 석양은 한량없이 내려와 앉아서는 떠날 줄 모르고 몸서리쳐지는 외로움에 몸서리친다. 아들아! 딸아! 노을빛 소식은 석양으로 내리건만 너희 소식은 어둠만 안은 채 떠오르지 않고 물세례에 빠져 돌아올 줄 모른다. 얘야! 이제 바다의 시절을 따라 물을 가르며 뛰어 올라와야지 광활한 역사의 꿈을 크게 이루어야 하지 않겠느냐 더는 조금도 꿈을 아프게도 말고 슬프기 기다리게 하지 말라 반드시 이루어질 장래의 일을 바라보고 즐거워하다가 이루어야지 바다를 깨뜨리고 죽음을 쫓고 아주 간절하게 너를 땅 위로 불러올린다. 함께하지 못해서 미안하고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보고 싶은 내 아들아! 사랑한다. 무너져 내리는 내 가슴에 너를 안아 올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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