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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선물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5872 등록일: 2016-10-07

선물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필집 얼굴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마침 오늘이 약 타러 가는 날인데 잘 됐다. 이왕 내친걸음에 가톨릭 병원 내과 이 현진 과장에게 선물하고 또 대흥 약국 윤 약사에게 선물 해야겠다. 당뇨와 협심증 진료를 보고 이 과장에게 책을 건네면서 말했다.

시간 나실 때 읽어보세요.” 그리고 병원을 나와 대흥 약국을 향해 걸어갔다. “대흥 약국, 대흥 약국말만 들어도 안온하고 아늑하다. 왜냐하면, 영주에 오기 전에 내가 대전에 있었기 때문에 대흥이라는 이름이 전혀 낯설지 않다. 한 달에 두 번 가는데 갈 때마다 나는 영주를 대전이라 착각하게 된다. 대전에 가면 중구 대흥동이 있는데 마치 대흥동에 있는 어느 약국이라는 생각을 한다. 막 문을 열고 들어서니 손님이 있었다.

나는 기다리는 동안 아주 편하게 의자에 앉아 신문을 보았고 그 손님은 나갔다. 처방전을 들고 가서 접수하면서 살짝 윤소영 약사에게 책을 내밀었다. 윤 약사는 책 표지를 보고는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책 이 분이 쓰신 거예요.” 이분이라는 말에 쑥스럽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했다. “, 제가 쓴 책입니다.” 하고 주었다. 그러자 윤 약사는 문학소녀처럼 매우 좋아했다.

저에게 주시는 거예요.” 이름 없는 내가 쓴 책을 받으면서 그렇게 기뻐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흐뭇한 마음이었다. 뭐라고 할까. 마치 미지의 세계를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가끔 꽃을 받으면서 화들짝 얼굴이 피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본 적은 있어도 시집 한 권에 이렇게 좋아하고 행복해하는 여자를 본 적은 없었다. 그야말로 여자는 신비한 세계 그 자체였다.

아무튼, 책 주인을 찾아 그렇게 전해주고 한낮인데도 인적이 없어 쓸쓸한 느낌이 들 만큼 고요한 호젓한 길모퉁이를 돌아서 집으로 가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정선규 님이세요.” “” “여기 약국인데요. 죄송하지만 아직 가까운데 계신다면 잠깐 오셨다가 가세요. 약이 약간 잘못돼서요.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손에 들고 있던 약을 꺼내어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아무 문제도 없었다. 무슨 일일까? 왠지 책과 연관이 있을 듯했다. 왜냐하면, 약국에서 약 지은 일과

책 준 것이 전부이니 말이다.

약국에 도착하자마자 약을 건네주고 기다렸다. 조금 있다가 손님이 나가고 윤 약사가 나를 부르는데 안에 있어야 할 사람이 밖으로 나와서 약봉지를 들고 서서 부르는 게 아닌가. 나는 의아하기도 하고 좀 이상했지만 그럴 수도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가까이 가서 보니 약은 약인데 약 말고 또 다른 무엇인가를 손에 쥐고 있었다. 그 무엇인가를 내 주머니에 넣어주려는데 나는 본능적으로 이미 직감하고 있었다. 순간 뿌리쳤고 윤 약사는 선물하고 싶어서 그래요. 선물 하고 싶어서 그래요.” 연신 말한다. 그리고 내 손에 들려있는 책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이걸로 두 권 갖다 주세요.” 한다 싶더니 손이 얼마나 빠른지 대답할 겨를도 없이 휭하니 빼앗아 갔다. 어떻게 해서든지 돈을 주고 싶은 윤 약사의 마음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본인은 도움을 주고 싶은데 아니 주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을 받지 않으니 애를 썼다. 얼마나 간곡하게 부탁을 하는지 더는 뿌리칠 수 없었다. “책은 다음에 오실 때 가지고 오세요.” 손에 묵직한 것으로 보아서 적지 않은 돈이었다. 밖으로 나와서 손을 펴보니 사만 원이었다. 아뿔싸! 값없이 주는 것이 선물이거늘 뭘 어쩌자고 두 권 값을 네 권 값을 준단 말인가.

괜히 내가 쓸데없는 짓을 해서 부담을 준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지만, 또 어디 가서 이런 마음을 받을 수 있단 말인가. 와서 책값 받아가라 하면 오지 않을 것이 뻔하고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 싶은데 이를 어이 할꼬. 얼마나 고민하고 생각했을까.

오죽했으면 자신이 지어준 약인데 잘못됐으니 왔다가 가라고 했을까.

그 마음 씀씀이가 매우 깊어서 감탄이 절로 나온다.

고마운 마음으로 좋은 글 많이 써서 암울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삶의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 바른 예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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