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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내 영혼의 심부름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4269 등록일: 2016-05-07

내 영혼의 심부름

 

 

급하게 도적같이 터져버리는 일 앞 당할 장사 없이 삼봉병원을 떠나 경북 영 주시 꽃동산 로터리에서 버스터미널 가는 쪽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집 인애가 한방병원 7, 3호 입원실에 안착했다. 들어서자 이상하게 내 집에 온 것처럼 온화한 느낌에 온 종일 뜨거운 온기와 함께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듯 평안하면서 아늑한 부위기에 매료되어 내 몸을 맡긴 채 침대 위로 무너져 내렸다. 이미 평소에 외래진료를 받느라 오고 갔던지라 쉽게 낯이 익어서 그런지 매우 정감이 갔다.

병실에는 50대 후반의 중풍환자와 밥은 안 먹고 매일 술만 마시다가 얼마나 속이 쓰리고 아프고 비참했던지 친구한테 전화해서 나 이러다 죽겠다. 제발 나 좀 병원에 좀 데려다 줘.”

그 친구의 손에 이끌려 인애가 사람의 사랑하는 집이라는 병원에 입원했는데 나보다 하루 빨리 입원했다는 역시 50대 초반의 남자가 이었다. 오늘은 일찍 실컷 보자. 아주머니가 청소 다 해주고 척척 밥 갖다 주고 매 간호사들 교대시간 때마다 약 갖다 줘. 수시로 들려서 환자들 상태를 둘러보고 기록하며 시간마다 하루 세 번씩 혈압 체크해줘. 부황 떠줘. 물리치료 해줘. 그냥 생각만 해도 쏠쏠했다. 그 무엇보다 온 종일 천정에서 뜨거운 바람이 나오고 병실에서 보일러를 켜고 끄며 적당하게 온도 조절을 할 수 있으니 극에서 극으로 왔다. 따뜻한 방에서 사람답게 환자답게 여유의 싹은 트는데 마치 알래스카에서 대한민국 경상북도 영 주시에 이사 온 듯한 것이 나를 미친 사람처럼 혼자 돌아누워서 실실 웃게 만들었다. 금방 녹초가 되어 곯아 떨어질듯 하였건만 이상하게 점점 시간은 깊어가고 잠은 소식을 주지 않았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 그런데 50대 후반의 아저씨가 좀처럼 가만히 계시지 않았다. 텔레비전을 몇 번 이고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기도 하고 껐다가 켰다가 들락날락 매우 산만했다. 뿐만 아니라 50대 초반의 남자는 꼭 밤늦도록 꼭 신문이면 신문 책이면 책 미친 듯이 읽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활자증후군이었으니 어디에 속 내놓고 말 한 마디 못하고 혼자 가슴앓이 하고 있었다.

특히 50대 후반의 환자는 통증이 심한 역력한 고통에 어쩔 줄 모르고 잠을 허용 안 되고 스트레스와 피곤함에 지칠 대로 지쳐 쪼그리고 앉았다. 허리를 폈다. 오그렸다. 어디에도 몸 둘 바를 모르고 미로 속을 헤맸다. 애꿎은 텔레비전만 이리저리 틀고 또 틀고 나왔다가 들어갔다가 지쳐서 겨우 잠이 들지만 아침 밥 한 술 뜨기 위해 일어나야만 했다.

병실에 들어오는 간호사마다 첫 마디가 잠 잘 주무셨어요. 묻는데 잠을 못잔 탓에 얼굴이 부어 눈이 쏙 들어간 상태였다. 이상하게 침을 놓았던 자리에 들어오는 의사마다 어떻게 찾아내는지 귀신 같이 찾아 놓고 놓았다. 그런데 간호사가 오후 혈압 재려고 들어왔다. 하루 세 번 매 간호사 교대시간 마다 아주 꼼꼼하고도 정확하게 재는데 그날따라 간호사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몇 번 재어보더니 얼굴에 근심이 확연하게 번지면서 자신도 어쩔 줄 몰라 했다.

왜 이렇지 이상하다. 10070이라면 그래도 이해하겠는데 10060이 뭐야.” 간호사는 불이 나게 6층 간호사실로 뛰어가 보고를 하고 그럴 리가 있느냐. 다시 재어 봐라. 아마 이렇게 간호사들 이야기가 나왔지 싶은 것이 다시 급하게 뛰어올라왔다. 두 번을 재더니 얼굴에 만연한 미소가 만연하면서 이제 됐네.” 좋아서 꽁지 빠지게 병실을 빠져나갔다.

간호사의 사명과 양심 그리고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지 못한 사람이 그저 밥벌이나 하고자 생명을 다루는 돌팔이 무늬가 얼마나 많았던가? 링겔 도 놓을 줄 몰라 여기저기 팔뚝마다 다 쑤셔놓고 피가 날 정도가 되고 주삿바늘이 얼마나 억지로 밀어 넣었는지 뺄 때 보니 반은 휘어져 있고 피는 가득했다.

그래놓고 서로 미루고 죄송합니다. 괜찮으신지요.” 한 마디 없이 은근슬쩍 넘어가고 뭔가 문제가 있을 때마다 몰라요, 못 들었는데요. 환자의 약도 바꾸어 주기도 하고 빠를 때는 한 없이 빠르게 주고 3층으로 올라가면 그만이고 뭐든지 환자를 대하는 올바른 태도는 전혀 없었다. 하루, 이틀, 사흘, 아니 한 달을 참아도 여전했다. 2, 3층 모두 관리할 능력이 안 되면 한 쪽으로 몰아치던지, 매일 그 앵무새처럼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몰랐다. 물어보겠다. 못 들었다. 아주 생각만 해도 끔찍한 생활이었다. ! 이제는 제대로 사람대접과 아울러 환자대접을 제대로 받고 있는 것이다. 3교대 무휴일 근무로써 아침, 점심, 저녁, 3교대 근무하면서 매 시간마다 병실에 들어와서 환자들의 고충은 없는지 있다면 무엇인지. 호전상태는 좋은지 하나 둘 쭉 기록하고 한 번씩 둘러보고 내려간다. 특히 하루 세 번 혈압 체크를 하고 시간마다 건강 상태를 기록한다. 낮이고 밤이고 새벽이고 닥치는 대로 달려온다. 짜증 한 번 안 내고 하루 24시간 미소를 띄우는 사람들 그들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평안한 마음에서 졸음이 절로 온다. 항상 어느 생명의 위해서라도 준비하는 사람들 언제든지 전화만 하면 1분 이내에 반짝하고 미소 천사는 예쁘게 다가온다.

세상에 에누리없는 장사는 없다. 환자의 의무만 강요하면서 병원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병원의 권리만으로 그저 사람이나 모아 국가의 지원이나 받아먹는 사람들 오죽하랴! 마치 인간 사육장을 연상케 한다. 바로 이게 바로 의료서비스의 차원이 달랐다. 온종일 1층에서부터 7층까지 뛰어다니면서도 볼 때마다 하루에 열두 번도 더 인사를 하니 오히려 환자가 미안할 정도이다. 그날 밤 겨우 한방약을 겨우 잠이 들 수 있었다. 인애가 병원 첫날 초저녁잠이 들었을까? 불현듯 3개의 터널처럼 화면이 스쳐 갔다내 장래의 될 일들 나에게 이루어질 일이었는데 한 가지는 이미 지나갔으며 이제 두 가지 중의 하나는 하나님의 개입 가운데 현재진행형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 이제 여기에서 삼봉병원은 잊자.

일어나서 물 한 잔 마시고 다시 잠이 들었는데 너무도 뚜렷하게 텔레비전 화면을 보듯 광야의 5일 전쟁이 떴다. 내 고향이며 내 모교인 추부 중학교 뒷산을 배경으로 넓은 끝없는 광야가 나타났다. 학창 시절에는 밭과 산이었는데 안개는 자욱하고 간간이 작은 키 작은 나무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 있었다. 흙은 시뻘겋게 물들어 한편에는 너무하다 싶었는데 광야라니

나는 칼일 들고 말 위에 앉아 호령을 했다. “전진하라. 전진하라.” 군사들은 일사불란하게 앞에 있는 적을 치고 나갔다. 말 그대로 광야였다. 한 참을 아니 우리는 며칠 적을 쑥밭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어디에서 나타났을까? 느닷없이 적장이 내 앞을 막으며 저지했다. 한 발짝도 더는 앞으로 나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칼과 칼이 부딪치면서 불꽃이 튀었다

그러나 어디 세상만사 내 뜻대로만 된다든가? 그를 막아낼 힘도 뚫고 나갈 힘도 없었다. 다만 그 자리에서 버티고 물러서지 않는 것뿐이었다. 순간 그의 칼을 맞은 내 칼은 힘없이 밑으로 쳐졌다. 그리고 이 상황을 여기에서 더 버틴다는 것은 무리였다. 한시라도 빨리 끝내고 싶었다. 눈을 떠 보려했으나 떠지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눈을 감고 돌아서는 척하다 다시 돌아서서 힘껏 싸웠다. 몇 번을 그렇게 하자 적장도 뭔가 생각이 달라졌는지 내 가슴을 찔렀다. 순간 이제 나는 죽었다. 신음이 절로 나면서 내 몸은 침대에서 떴다. 떨어졌다. 이제 육체 밖에서 내 육체에 관하여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멍하게 바라보는 심정일 때 그는 또 나를 찔렀다. 몇 번을 그렇게 찌르고 신음하며 가슴을 만져보니 심장을 찔린 것이 아니라 아랫배를 찔린 것 같았는데 내 몸을 뚫지 못하도록 잔뜩 아랫배에 힘을 불어넣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고통은 더 심해지고 칼날은 내 아랫배 살가죽을 밀고 들어와 뚫었다. 끝내 나는 광야에서의 5일 전쟁에서 대패하고 말았다. 눈 떠보니 고통스러워 아랫배를 두 손으로 꼭 쥐고 바짝 쪼그리고 옆으로 누워 있는 게 아닌가. 장 파열을 생각하며 하지만 꿈은 그 날 밤 또 이어졌다.

내 고향 마전리 옛날 내 생가의 빈터 아래 부자 밭이었다가 부자 농사가 안 된다고 사과나무를 심은 사과 밭이 있었다. 이상하게 그 사과 밭을 배경으로 사건은 일어났다. 무성하게 자란

사과나무와 그 아래 논이 펼쳐 있었는데 낮도깨비한테 홀린 것일까? 그것도 한참 지난 이야기인데 더 이상한 것은 내가 내 집에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된 것인가?

길 동이 형네 집에 나 혼자 살고 있었는데 전혀 생각하지도 않은 손님이 왔다. 뒤 곁에서 대문 쪽을 보니까 동 대전감리교회 교사시절 유년부 보조 교사였던 정민이 닮은 사람이 기웃 거리고 있었다. 이상하다. 얼굴은 조정민인데 어찌하여 그의 품위에서는 살벌하면서도 저승에서 날 잡으러 온 사자 같단 말인가? 아무래도 수상했다. 정민의 형상을 입은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정민이는 어떻게 된 것일까? 녀석 전화를 해보려고 해도 이미 연락처를 잃어버렸다.

녀석이 꼭 정신 나간 모습처럼 반 미친 것 같았다. 아무튼 분명한 사실은 정상이 아니라는 것과 정민이의 형상을 입고 나를 찾아왔다는 불길한 느낌 나는 잔뜩 촉을 세우고 일단 숨어서 지켜보았다. 그는 한 참을 대문 앞에서 서성이다가 집안에 아무도 없는 듯하자 슬그머니 안으로 들어왔다. 보면 볼수록 고참! 신기하다. 변해버린 정민이 같다. 그는 밤낮으로 누군가를 찾아 다녔다. 나는 그게 나라는 직감을 가지고 몰래 그를 미행했다. 미친 듯이 화가 난 듯하게 무시무시한 괴물이 되어 사과 밭으로 들어가 나를 찾았다. 그래 나를 낮추는 것만이 내가 살 방법이다. 그렇게 힘든 숨바꼭질 하다가 길 동이네 집 안 방에 열십자를 펴놓고 안 방에 쓰러져 자는 것이 아닌가.

그래 지금 이 순간이 기회다. 다음 기회는 저 괴물에게 넘어갈 것이다. 그렇다면 그래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리라. 죽으면 죽으리라. 그를 끌어안았다. 움직이지 못하도록 최대한 위에서 제압하려 애를 썼다. 엎치락뒤치락 동틀 무렵까지 싸웠다. 태양은 속살 드러내듯이 떠오르기 시작했고 그는 공중으로 빨려 올라가면서 녹아내렸다.

 정신이 혼미하면서 이것이 내 생각인가? 생시인가? 꿈인가? 아니면 그 어떤 영적 싸움인가? 그래서 자주 그렇게 사단을 상징하는 뱀에게 물리고 쫓기는 꿈과 친구, 부모님, 아는 사람들은 다 꿈에서 보는데 이상한 것은 서로 대화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떨 때에는 사람의 형상은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 들린다든지 자존심 싸움을 한다든지 재래식 화장실에서 똥이 넘치거나 장갑을 빠뜨려놓고 어떻게든 건지려고 애를 쓰다가 잠의 밖으로 나온다. 그래서 요즘 나는 항상 모든 것이 영적 전쟁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게 된다. 힘들다, 힘들다. 정신적 이런 고충을 누가 알랴!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더욱 힘들게 만드는 것은 허리의 통증은 심해져 마치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듯 통증만 줄기차게 뽑힐 듯 더 아픈 것 같기도 하고 앙상하게 뼈와 통증에서 아주 깨끗하게 살만 누군가 발라먹는 듯한 이물감이었다. 꼭 현실과 꿈속에서 몽유병 환자가 구름 위를 헤매다 온 분이었다.

아주 어릴 적 나는 매일 꿈을 꾸었다. 나는 누가 보고나 알려주지 않았지만, 늑대라고 불렀다. 나를 잡아먹을 둥 입을 벌리고 하얀 이빨을 내놓고 공중회전 돌기를 했다. 간간이 엄마한테 꿈 이야기하면 키 크려고 그런 것이라며 내 머리를 보듬어 주셨다. 괜히 꿈 이야기하다 보니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만 깊어간다.

참 우리 어머니 말을 빌려 꿈만 많이 꾼다고 떡이 나오는지 밥이 나오는지 지켜볼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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