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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
30대의 녀석 1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7637 등록일: 2015-11-23
30대의 녀석 1

내 사람들을 얼마나 볼 수 있을까? 어느 날 내가 이슬이 되어 풀잎 속으로 숨어들어 가 바람에 흔들리다 홀연히 태양 앞에서 사라진다 하여도 죽음일 것이요

내가 알고 사랑하며 지내는 사람일지라도 풀잎 이슬처럼 아침 한나절 숲의 별빛으로 속삭이다 바람에 묻혀 가버리면 이 또한 죽음이리라.

녀석은 지금 잘 지내고 있을까? 빼빼 마른 작은 체구에 간질 때문에 어디를 가든지 혼자 지내지도 못하고 생활도 안 되는 녀석. 방 얻으러 가서도 쫓겨날까 봐 두려워서 제 병을 말하지 못한 채 그 작은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녀석.

얼마 전 시내에서 그 녀석을 보았다. 어딘지 모르게 어두운 그림자가 얼굴에 서려 있는 듯한 것이 살이 쑥 빠져서 광대뼈만 앙상하게 남아있었다. 어르신들 하시는 말씀대로 정말 안 됐다.

간질의 고통에 얼마나 크고 힘들기에 사람을 저런 몰골로 만들어 놓을까? 집도 없고 부모도 없이 혼자 떠돌아다녔다. 간질 병자라 하여 누가 써주겠다는 사람도 없고 누가 방 얻어 같이 지내자는 사람도 없었다. 다들 손가락질 하고 따돌렸다. 혼자 길을 가다가 쓰러져서 거품을 물은 채 보호자도 없이 병원으로 실려 가기를 수도 없이 많은 날이 있었다.

가장 위험할 때가 신호등 건널목을 혼자 건너다가 발작이 일어나서 쓰러지면 누가 일으켜 세워 업고 나오는 사람도 없고 신호는 바뀌어 자동차는 달리는데 잘못 하다가 저대로 죽는 것은 아닌가했다.

그 삶의 여정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순 외톨이가 되어 친구도 없고 누가 일 시켜주는 사람도 보살펴주는 사람도 없으니 이리저리 많이 힘들고 외로웠을 것이다.

녀석은 매일 술로 달래었고 아무 데나 쓰러져서 잤다. 그 고통을 잊고자 몸부림쳤다.

누가 대신 살아줄 수도 없는 인생 누가 그 십자가를 대신 져줄까?

어쩌다가 사회에서 만난 사람을 삼촌이라 부르며 그의 아파트에서 지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그리 녹록하지 못한 듯했다.

삼촌이라고 부르는 그가 얼마 되지 않는 국민기초생활 수급비를 빌려가서는 안 푼도 갚아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일어서더니 잔뜩 몸을 구부리고 몸이 아프다고 더 하기 전에 집에 가야 한다면서 택시 타는 곳까지 데려다 달라고 해서 태워 보냈는데.

내내 마음이 안 좋았다. 그냥 그렇게 보내는 게 아니라 병원으로 데리고 가는 것인데 내가 매우 무심하게도 혼자 집으로 보냈구나. 아무 일 없었을까? 심한 자책감에 시달렸다.

무엇보다 더 걱정되는 것이 그날 이후로 녀석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거 뭐가 크게 잘못된 게 아닐까? 일부러 수소문도 해보고 찾아보기도 했지만 봤다는 사람이 없었다.

그냥 보내는 것이 아닌데 후회하며 통곡해 봐도 소용이 없었는데 그렇게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녀석이 시내에 나타났다. 이렇게 반갑고 기쁠 때가 또 있을까?

사람은 사람에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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