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감에 대하여
언제 어디에서나 그 영감을 만나면 무슨 남자의 배가 그렇게 많이 나왔는지 꼭 만삭 된 여인네의 배 같았다.
그래서 궁금하기도 하고 물어보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물어본다고 순순히 말할 영감이 아니었다. 영감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그런 게 있어. 더 알려고 하지 마. 다쳐.” 그러고 보니 영감은 여름이나 겨울이나 잠바를 꼭 입고 다녔다.
얼핏 보아도 울퉁불퉁 한 것이 분명히 내가 모르는 그 무엇이 들어 있었다.
참 알다가도 그 속을 전혀 알 수 없는 영감이었다. 도대체 무엇을 저렇게도 귀하게 모시고 다니면서도 그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숨기고 있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이상하다 싶은 마음과 도대체 영감의 실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이리저리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형! 흔들이 영감 알지. 그 영감 배가 왜 그렇게 부른지 꼭 애 가진 것 같아.” 그는 웃었다. 그리고 잠시 후 말을 꺼냈다.
“너 저 영감에 대해서 모르는구나. 저 영감은 아무도 안 믿어 심지어 은행이고 농협이고 못 믿어서 돈을 보자기에 둘둘 싸서 저렇게 허리에 묶고 다니는 거야. 그래서 철없는 잠바만 입고 다니는 거야.”
“ 참 노인네 간도 크다. 저러다가 아는 놈이 칼질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렇지 않아도 자기가 말하는데 술에 취한 채 집에 안 들어가고 밖에서 자는데 영감의 옷 속으로 손이 쑥 하고 들어와서 돈을 불쑥 꺼내어 가려는 것을 간신히 안 빼앗겼다는데 만약 칼로 찔렀으면 어떻게 할 뻔했어. 죽었어. 영감 조심해야 해.”
“그래요. 무슨 돈이 그렇게 많데요.” “응 국민기초생활 수급자인데 영감이 워낙 구두쇠라서 지독하게 한 푼도 안 쓰고 모은 돈인데 그러면 뭐해 매일 술 마시고 남들하고 싸워서 그 많은 돈 다 국가에 헌납했잖아. 한두 번이 아니야.”
그 후 얼마가지 못해서 영감은 지팡이로 사람을 때리는 바람에 남은 돈까지도 다 벌과금으로 납부하고 교도소 갔다.
돈만 믿고 까불더니 잘 됐다고 주위에서 수군거리는데 나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 없지 하는 마음에서 나 자신의 삶을 자꾸 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