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역을 가로질러 동광 장으로 넘어가던 그날 그는 나무 아래 서 있는 한 노인을 독기서린 눈으로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의 표정을 살폈다 그가 무어라 중얼거리는데 무슨 말인지 분명하게 들리지 않아 못 들었다 나는 물어보았다 "왜 그래요" 그의 대답은 참으로 사람을 분노하게 하였다 "저 털보 때문에 나 죽는 줄 알았어." 나는 무슨 사연인지 알고 싶었다 "왜요. 무슨 일인데요" 얼굴이 시뻘겋게 끓어오른 그가 말했다 어느 날 동 광장 벤치에 앉아 있는데 털보가 말했다고 했다 "요즘 일거리 없어 일 안 해"하고 그래서 "예" 하는 대답 한마디 했는데 자기가 일자리를 소개해준다고 해서 따라갔는데 어떤 사람을 소개받아 그 남자를 따라간 곳이 바로 염전이라고 했다 그 염전은 어느 모를 섬이었다 하루, 이틀 일했다고 했다 하지만 새벽 5시에 일어나 쉬는 시간도 없이 온 종일 일만 담배 한 대 필 시간도 없이 허리 굽혀 쐐가 빠지도록 일만 하다 보니 더 이상은 도저히 힘들어 못하겠다고 판단하고 소개해준 털보에게 전화해서 여차여차해서 힘들어 못하겠다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그러니 와서 데려가라고 불러 만나 다시 한 번 왜 일을 못하겠는지 그 이유를 설명했다고 했다 염전 일은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데도 담배 한 대 피울 시간도 없이 새벽 일찍 나와 일을 시작해 아침 먹고 바로 또 일을 시작하고 샛밥도 없이 점심때까지 허리 펼 시간 없이 일하니 도저히 더는 못 참겠다고 버럭 화를 내며 따졌다고 했다 그리고는 그 사람이 보는 앞에서 바로 짐을 갖다 챙기고 여비 한 푼 없이 뛰쳐나왔는데 누가 그렇다고 여비 한 푼 챙겨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이라고 염전으로 내려가지 전 털보가 건네준 2만 원을 만약을 대비해서 안 쓰고 주머니에 넣어 둔 것이 생각나서 그 2만 원으로 기차표를 끊어 서대전역까지 오니 한 푼도 남지 않고 딱 맞아떨어지더라는 것이었다 그런 일이 있는 다음부터 그는 털보를 미워하게 되었고 원망하며 벼루고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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