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계 의식
여름이면 높은 온도에 몸을 높여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겨울이면 낮은 온도에 몸을 낮춰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높았다가 낮았다가 물결치는 이내 마음 어떡하나.
하필이면 내가 왜 이 못 쓸 병을 얻었을까.
낮은 자리에 앉아 있으면 높은 자리에 서고 싶어 안달이고
높은 자리에 서 있으면 정상에서 더는 피울 일이 없어
절망할 때 그렇다면
자신을 채웠다가 비워버리는 마음은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