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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소년의 비밀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2283 등록일: 2010-10-27
제41편
소년의 비밀

어느 바닷가에 한 소년이 살았습니다
아주 건강하면서도 단정하여
어디 하나 나무랄 데가 없는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그 소년에게도 한 가지 병이 있었습니다
바닷가에서 태어나 자라면서도 늘 파도와 함께 하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파도소리를 들을 때마다 입버릇처럼
"왜 때려 아야 아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 예사롭게 보아넘겼던 부모도
증상이 더 심해지면서 알게 모르게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의 아버지는 소년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석철아 누가 너를 때리니"
소년은 태연하게 말했습니다
"파도소리를 들으면 철썩철썩한단 말이에요"
아버지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어리둥절해 있는데 소년은 말을 이었습니다
"아빠 내 손이 자꾸만 철썩거려요
갯바위가 맞아요"
아버지는 다시 물었습니다
"석철아 왜 그렇다고 생각하니"
소년은 대답했습니다
"저 바다에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치면
내 이름도 뒤집혀 철썩 갯바위를 후려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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