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중반 아주머니의 옷차림이라는 것이 누가 봐도 그렇게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좀 달리 좋아 보이지 않는 단아하고 수수하고 깔끔해 보였다. 아주 전형적인 서민적이라고 하면 맞을 것이다.
그리고 소박하고 선한 인상은 법 없이도 살 사람임을 말하고 있었다. 우리 옛 어른들 말씀처럼 어디에 데려다 놓아도 신선 같은 삶을 살리라.
흔히 중년의 남자들이 말하는 수더분하게 말도 별로 없을 듯해 보였다. 내가 처음 아주머니를 알게 된 것은 벌써 불혹의 4~5년을 넘었다.
항상 보면 볼수록 왠지 사람에 대해서만큼은 많은 덕을 쌓았을 듯한 온기를 엿보았다. 세상에 때 묻지 않은 천연기념물 같았다.
비록 몸매는 뚱뚱하고 볼품 없지만 덕스러운 탓인지 제법 그 주위에 사람은 많았다. 우리 어머니께서 들에 나가실 때마다 편하다면서 즐겨 입으셨던 몸 배 바지를 입고 파란 슬리퍼에 빨간색 가을 점퍼를 입었으니 영락없는 여장군이다.
저 큰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면 정말 따뜻해 보인다. 쌀쌀한 가을 날씨를 푸짐한 가슴으로 넉넉하게 품어내는 삶의 축소판이다. 따라서 그 아주머니의 일상도 무척 따뜻하고 평안하게 느껴진다.
집에서는 자상하시고 인자하신 할머니요. 수더분한 아내이며 건강한 아들의 어머니이시다.
어떤 남자의 아내인지 모르지만, 남편과 가정을 위해 말없이 헌신하고 희생하며 오래도록 참고 살아갈 성품의 소유자이다.
가을바람이 스쳐 가는 대전역 서 광장 나무 아래 아주머니가 앉았다가 지나가는 나를 보고 부른다. 웬만해서는 부를 사람이 아닌데 또 속상한 일이 있어 하소연이라도 하시려는 것인가? 잠시 나는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아주머니와 같이 앉았다.
“안녕하세요.” “총각 어디를 그렇게 자박자박 가.” “가을바람이 들어서 나와 봤습니다.” “이제 여름도 다 가고 앞으로 추워질 날만 남았으니 인제부터는 없이 사는 사람들이 힘들겠어.”
"예. 없는 것도 서러운 데다가 그나마 날씨까지 추워지면 몸과 마음이 춥습니다. 점점 세상은 더 살기 힘들어지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되돌아보게 되네요.“ ”그러게 말이야. 총각은 요즘 어떻게 지내“ ”뭐 그럭저럭 지냅니다. 아주머니는 어떻게 지내세요.“ “아주머니는 상념에 어린 눈빛으로 먼 산을 바라보시면서 한탄하셨다.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남들은 속도 모르고 아들이 셋이나 되니 용돈 많이 받겠다며 그런 자식 하나 없이 살아가기가 매우 어려워서 조그만 도움이라도 받을까 해서 교회를 다닌다는데 그렇지가 않아요. 나는 오늘까지 살면서 아들이 셋이나 되지만 그 어떤 아들에게도 용돈 한 푼 받아보지 못했어요. 큰아들은 철도 공무원이고 둘째 아들도 일반 9급 공무원이고 막내아들은 택시 운전을 해요. 그런데 막내아들은 본래 몸이 안 좋아서 국민기초생활 수급자를 만들어 임대 아파트에서 살아요. 작년 겨울 아들네하고 대동 같은 집에서 함께 살았어요.
아들네는 2층에서 살았고 나는 1층에서 살다가 집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바람이 불면 문틈으로 바람이 새어 들어와서 손발이 동상에 걸렸어요. 그래서 없는 게 죄라고 두루 고민하다가 국민기초생활 보장 수급자를 만들어 임대아파트에 들어가 살기로 마음먹고 동사무소에 국민기초생활 수급자 신청을 했지만, 아들이 셋이라는 이유로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생각하다 못해 막내아들에게 국민기초생활 보장 수급자를 만들어 임대아파트 들어가라고 설득해서 결국, 막내아들은 임대아파트로 먼저 들어가면서 어머니 같이 들어가요. 해서 지금 막내 아들네 집에서 같이 생활하고 있는데 내가 잘한 것인지 못한 것인지 모르겠어요.
야간운전을 마친 아들이 돌아와서 낮에 잘 때면 아들이 떠드는 소리에 잠에서 깰까 싶은
조바심으로 심지어 식사할 때에도 손자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추위에 오들오들 떨면서 부엌에서 밥을 먹어요. 더러는 감기 걸려서 약사 먹을 돈이 없어 아들한테 달라고는 못하고 그렇다고 내가 돈을 버는 처지도 아니라서 꼼짝없이 앓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래도 다행인 것은
다니는 교회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매주 3만 원씩 주는지라 교회를 의지하고 살았는데 어느 날인가? 갑자기 몸이 아프더니 8개월간 꼼짝을 못했어요. 그 바람에 교회를 못 나갔는데 세상에 심방은 못 올망정 장기간 교회 출석하지 않았다고 못 준다고 하는데 참 기가 막히더라고요. 정말 속상하고 서운해요."
마음의 상처 입은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교회의 길은 어떤 길일까? 교회는 정말 사람들에게 돈이나 나눠주는 곳일까? 언제부터 우리 한국 교회가 이토록 망가진 것인지 깊이 회개의 바람이 불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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