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규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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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인생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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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선규 |
추천: 0건
조회: 7072 등록일: 2015-09-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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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인생에 대하여 그가 말하는 것은 다 거짓말이었다. 심지어 자신의 이름까지도 가명이었고 현재 집을 얻어 산다는 것도 거짓말이었다.
그 사람의 말은 도대체 어디까지 사실이고 거짓인지조차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내가 그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비록 낡고 허술한 아주 오래전에 지어진 집에서 살고 있었다. 누가 말해주지는 않았지만, 부모님께 물려받은 유산이리라. 믿고 있었는데 언젠가 그가 말해주었다. 한 달에 10만 원씩 주고 얻은 집이라고.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간다는 말 한마디 없이 사라지고 집은 텅 비었다. 개 한 마리만 남아서 짖어대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들리는 말에 의하면 누군가 모르지만, 70세가 넘은 할머니가 드나든다는 말이 전해졌다. 그래서 일부러 알아보기 위해서 미친 척하고 그 집에 갔더니 정말 모르는 할머니가 들어와서 개 사료를 주고 있는 게 아닌가. “할머니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자 내 얼굴을 한참 동안 바라보신다. “혹시 전에 여기 살던 총각 친구세요?” “아! 예 잘은 모르지만, 가깝게 지냈습니다.” 나는 할머니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지금은 아들과 시내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데 그전에는 이 집에서 살았다고 한다. 방이 모든 두세 칸인데 어르신은 안방을 쓰셨고 그는 옆방을 매월 10만 원씩 세 들어 살았다고 한다. 당시에 그는 인력 사무소를 다녔으며 방세도 밀리지 않고 매월 빠짐없이 잘 주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일거리가 없다면서 방세는 밀렸고 그는 일자리를 찾아보겠다면서 차일피일 집에서 놀았다고 한다. 어르신은 없는 사람한테 자꾸 방세 달라고 하면 어디 가서 도둑질해오라는 것 같아서 “나는 아들 따라 아파트로 이사 갈 테니 방세는 그만 두고 개 사료나 주면서 전기세와 수도세만 내고 살라고 했는데 사람이 갑자기 온다, 간다는 말 한마디 없이 사라졌는데 알고 보니 수도세고 전기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 6개월간 밀려서 한전에서 단전한다는 연락이 왔다고 했다. “총각! 그 사람 이름 알아요.” “아니요. 이름을 안 알려주더군요. 가만있자 그리고 보니까 그 사람을 아는 사람마다 알고 있는 이름이 다르더군요. 그게 평소에도 좀 이상하다고 느꼈습니다. 같이 폐지 주웠던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 때늦은 후회에 어르신 가슴만 타들어 가고 있었다. 그런데 차에 꼬리가 잡혔다. 어느 아주머니의 동생이 옥천에서 모텔을 하고 있는데 지방으로 일하러 왔다면서 일단 일해서 돈을 벌어야 방세를 줄 수 있다고 사정해서 원래는 선지급인데 후불로 계산하기로 했다는데 밥은 무지하게 먹으면서 일거리가 없고 매일 빈둥거렸다. 급기야 밥값이고 방세이고 밀릴 대로 밀려놓고 온다. 간다는 말없이 어느 날 살짝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 밀린 방세 80만 원을 받아야 한다며 아주머니는 그가 어디 있는지 매일 수소문하고 다녔으나 끝내 만날 수가 없었다. 참으로 연구 대상이다. 정말 그가 원했던 것은 무엇일까? 어떤 사람이었을까? 깊이 생각해보았지만, 모를 사람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남몰래 선화동에 방 얻어 놓고 숨어 지내고 있었다. 남의 돈 떼어먹고 부자 된 사람 있다든가. 잘 사는 사람 있다든가. 왜 그렇게 살까? 언제 정신 차리고 사람이 될지 꿈같은 날을 하루 일흔 번 씩 일곱 번이라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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