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규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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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의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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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선규 |
추천: 0건
조회: 7420 등록일: 2015-08-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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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의 풍경 주말이면 대전을 떠나는 사람들로 붐비는 대전 역 광장 한쪽에서 사람들이 서서 가을을 안고 담배를 피운다. 그리고 대전역 지하철 4번 출구를 옆에 두고 문수사 정일 스님은 내 고향 코스모스를 열창한다. 뭐라고 할까? 풀잎에 맺힌 아침 이슬이 청량하게 톡톡 튄다고 할지. 아니면 소리 껍질 속을 감돌아 나오는 감미로운 맛깔스러움이 있다고 해야 할지 종잡을 수가 없다. 그런가 하면 대전역 출입구 앞에 서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나란히 서서 하얀 연기를 머금었다가 하늘을 행해 내뱉어준다. 오고 가는 발걸음은 분주한데 한 노인이 쉽게 눈에 들어온다. 지하철 4번 출구 옆에서 남들이 실컷 피우다가 버리고 간 담배꽁초를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다. 자식은 있을까? 있다면 왜 아버지를 모른 체할까? 언제까지 아버지를 모른 체 하고 살아갈까? 참 내 아버지도 돌아가실 때가지 담배를 피우셨다. 맨 처음에 새마을 피우시다가 환희를 피우셨고 솔을 피우셨다. 아버지는 항상 돈이 생기면 다른 것은 몰라도 꼭 담배만큼은 열 상자 사다가 쌓아놓고 피우셨다. 그렇게 애지중지 사다 놓은 담배를 철없는 아들은 텔레비전에서 어느 남자가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보고 그 얼마나 멋있던지 자꾸만 따라 하고 싶어서 끝내 참지 못하고 아버지 몰라 한 갑씩 빼내서 입에 물곤 했다. 하얀 담배 연기를 보면 왜 그런지 모르지만, 뭔가 깊은 사연이 흘러나오는 통로라 생각한다. 깊고 깊은 인간의 저 심혈을 헤집고 나오는 이것은 무엇일까? 담배가 무엇기이에 저 어르신은 자식들 욕 먹이며 수집하고 있는지 정말 담배 한 갑 살 돈이 없어서 그럴까? 싶기도 하고 참, 가늠이 잡히지 않는다. 그나마 저 어르신의 궁상맞은 삶이 실었을까? 꽁초가 남을까 싶은 마음을 말해주는 듯 딱 필터만 남겨 놓고 떠나는 사람이 많다. 어떤 사람이 보다 못해 편의점에 들어가서 담배 한 갑을 사서 갖다 주고 가기도 한다. 반면에 의아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있고 이해가 안 된다는 눈빛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아마 거의 매일 담배꽁초 주우며 지내는 것을 보았는데 그게 벌써 봄,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 정말 끊을 수 없는 것이 담배일까? 그만큼 중독성이 강한 것일까? 없으면 안 피우고 말지 싶은 마음이 드는데 굳이 저렇게까지 자신을 학대하면서까지 버리지 못하는 것에 더 신기할 뿐이다. 역시 세월은 못 속이는가보다. 담배 연기가 가을의 찬바람에 들려 하늘로 사라지는 것을 보니 잊을 수 없는 고향의 향수가 물씬 풍겨온다. 아침, 점심, 저녁이면 온 동네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 때문에 눈앞이 다 가려진 채 콜록콜록 기침하면서 눈물이 나오던 지난 시절이 그리워진다. 내가 벌써 그렇게 나이를 많이 먹었다는 말인가? 이 가을 불어오는 바람은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추남의 영원한 추억의 한 장으로 남아 오래도록 퇴색되어 갈 것이다. 글쎄 모르겠다. 혹여 지난 추억을 생각하다가 은유를 살려낼 줄이야 누가 알겠는가?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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