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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좋은 사람들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8043 등록일: 2015-03-10


좋은 사람들

 

글쎄 세상 그 많고 많은 직업의 애환이 서리지 않은 삶이 어디 있으랴! 그리고 고층 없는 직장 살이 어디 있을까? 온종일 아침 일찍 특수한 정신병원에 출근해서 비정상적인 환자들과 함께하면서 일반인은 상상도 못 하는 일에 시달리고 파김치 되는 이들이 있다. 물론 이 세상의 모든 정신병원 직원들이 다 이들과 같이 다 선하고 착한 마음의 바탕으로 환자를 돌보는 사람들이라는 말도 아니고 그렇다고 세상의 모든 정신병원 직원들이 다 나쁜 것은 아니다.

우리 새 희망 병원 3병동 직원들은 온종일 환자들에게 정신없이 시달리며 자신과의 싸움을 제일 잘하고 있다. 말 그대로 정신이 온전치 못하여 스스로 절제하지 못하는지라 때로는 멀쩡하게 운동하다가도 갑자기 발작하여 간호사에게 달려들어 신변의 위협을 느끼기도 한다. 이에 물론 감당이 안 되는 환자의 경우에는 보호실로 옮겨 강박하고 진정제 주사를 놓아 편안하게 당분간 잠들게 하고 있다. 이는 서로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정신병원 나름대로 정해진 방법이다. 정도의 차이에 따라서는 타이르고 설득하다가도 하지만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 어떻게 그 말귀를 제대로 알아듣겠는가? 그렇다면 정신병원에 있겠는가? 따라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때로는 화도 나고 더 나아가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기도 하고 참담해 하기도 하면서 지극히 속으로 참을 것이다. 그러니 속은 자연스럽게 바짝 타들어 가고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을 것이다.

이토록 정상적인 것과 비정상적인 어긋난 관계 속에서 파김치가 되고 몸무게가 장난 아니게 줄어든다. 결국, 이들은 자신과 싸움을 거칠게 해야 한다. 지혜와 그 어떤 돌파구를 만들어가야 한다. 30대의 형기 왕성한 젊은이들은 그 얼마나 하루가 고달프겠는가 말이다. 참지 못해 혈기에 끌려가다 보면 그 언젠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환자와 싸우거나 폭행의 원인이 되리라. 그래서일까. 이들은 전혀 자신의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정신 차리고 인내를 겸비하여 이성을 잃지 않는 초연한 모습으로 잘 감당하고 있다. 환자들이 똥을 싸고 샤워를 거부하며 절제 없이 제멋대로 어지럽게 생활할지라도 아니 환자들을 매우 잘 알고 이해하기에 하루에도 참고 또 참 많은 수고를 별나게 하는데 특히 야간에는 제대로 밤잠을 자지 못해서 눈이 빨갛게 출혈하기 일쑤이다.

아침에 출근해서부터 저녁때 퇴근하기까지 온종일 환자를 관찰하면서 산책하러 나가고 들어오고 외출 나가고 들어오고 외박 나가고 들어오고 등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며 필요한 문서를 워드로 작성하느라 손이 빠르게 움직인다. 환자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신청하는 간식이 매 수요일은 담배, 목요일은 사발면, , 다이제스트, 음표 수, 속옷, 양말, 등 각종 먹을거리가 들어오면 일일이 병실별로 나누어주어야 한다.

매시간 아침 730, 오전 10, 오후 12, 오후 3, 오후 530, 오후 8, 930분마다 담배 2개비씩 나누어 주고 환자의 외출 때마다 보관하고 있는 외출복을 꺼내 와야 하고 환자가 나가면 다시 들여놓아야 한다. 그리고 고혈압이나 당뇨 환자의 외출 때에는 혈압과 당을 검사한 다음 내보내는가 하면 외박, 외출 특히 외박할 때면 몇 박 며칠인가 물어보고 꼭 그날에 맞추어 먹을 수 있는 약을 챙겨 보내야 한다. 또한, 아침 출, 퇴근 시간마다 환자들 상태를 놓고 매우 똑바른 인계, 인수와 아울러 환자의 정보나 변동사항 등을 회의를 통하여 나누고 대처요령과 대책을 마련을 위해 서로 얼굴을 맞대고 고심하며 정보를 나누어 공유한다.

그날 외진 나갈 환자의 명단과 나갈 날짜를 정하여 적어놓고 잊지 말아야 한다. 아침저녁 교대할 때마다 틀림없이 모든 환자 건강상태와 생활을 관찰하고 과장에게 보고할 것은 보고하고 기록할 것이 있다면 기록하고 조금이라도 이상하거나 달라진 환자의 생활 모습이나 건강 상태가 있다면 이 또한, 잘 주고받아야 한다. 아침. 저녁으로 고혈압 환자와 당뇨 환자를 검사하고 기록한다. 외진에서 들어오는 환자들의 모든 약을 일일이 다 손으로 손수 분류하고 각 환자의 이름이 적힌 대로 칸칸이 약 차위에 올려놓아야 투약할 때 환자의 이름과 약이 뒤바뀌어지는 직원들의 업무상 과실을 막을 수 있다. 그러므로 항상 이들의 일상은 긴장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때로는 환자들의 친구가 되어 이야기도 들어주고 함께 활짝 피는 수다 꽃으로 환자들의 불안한 마음과 긴장을 풀어주기도 하며 약에 대한 두려움이나 병원생활에 대해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현재의 환자 상태를 돌보고 검점하기도 한다.

또한, 병실을 제외한 보호실에 들어가 있는 알코올 환자에게 링거도 놔주거나 혹은 깔아 끼워야 한다. 그리고 보호실에 싸놓은 똥, 오줌 치우고 아주 말끔하게 보호실을 밀고 닦고 샤워하도록 안내한다. 또한, 환자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껌, 곶감, , 건더기만 있는 음식 즉 짜파게티, 비빔면 등은 환자가 먹다가 체하거나 질식할 우려가 있어 반입을 금지하고 비닐봉지, , 긴 샤워수건 등은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서 그리고 유리컵과 깡통, 동전 등은 병동 안에서 환자들끼리 싸울 때 흉기가 될 수도 있어 아무튼, 환자들의 안전과 생명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는 물건들은 일체 그 반입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어 환자들의 불만을 사기도 하지만 당연히 할 일이다. 그뿐만 아니라 환자의 병원생활을 지도함과 동시에 많은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우리가 볼 때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직원들은 늘 모든 귀와 눈과 신경은 모든 환자를 향하여 안테나를 세워 놓고 있다

 참 이번에 정말 내가 고맙고 감탄한 것은 내 엄지손가락이 빨갛게 부어올라 염증이 생겼는데 정작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세상에 얼마나 세심하고 자상한지 보호사가 국을 푸다가 보고는 놀라서 손은 왜 그래요.” 하고 묻는데 피식 웃었다. 그런데 그는 꼭 한 마디를 더 해주었다. “외진 가게 간호사 선생님께 보여 주세요.”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절제력이 없다 보니 똥 싸고 오줌 못 가리는 환자와 제 몸 하나 제대로 씻지 못해 일일이 병실마다 직원들이 샤워실까지 이들을 데리고 가서 이 닦고 비누칠하고 몸 씻는 것까지 다 확인해서 환의까지 갈아 입혀 아주 깨끗하게 변화시켜서 데려다 놓는다. 얼마나 애를 먹이는지 직원들이 쫓아다니며 씻어라, 옷 갈아입어라, 이 닦아라, 밥 먹어라, 서운한 게 있어서 그러느냐, 똥은 봤는가. 소변은 봤는가. 물어보고 빨랫비누 세숫비누 치약 칫솔 내주고 관리한다. 또한, 환자들의 입. 퇴원을 확인하고 관리하여 기록한다. 그리할지라도 전혀 얼굴 한 번 붉히지 않고 짜증 한 번 안 부리고 온 힘을 다해서 부딪친다. 병동 내의 에어컨 청소와 정비를 수시로 한다. 화장실 수도꼭지, 샤워 실 수도꼭지 변기 막힘 등 모든 시설물의 관리까지도 이들의 몫이다. 이뿐만 아니라 아주 갑자기 응급환자가 발생할 때가 있는데 정말 그들의 온힘을 다해서 안동병원이나 문경제일병원으로 긴급 이송한다.

그리고 모든 환자가 잘 들면 수시로 손전등을 가지고 다니며 병실 자리마다 모두 살펴보고 다닌다. 또한, 환자마다 약 먹는 시간이 다를 경우 꼭 시간을 기억하고 있다가 불러서 먹이기도 하고 약은 보통 아침. 점심. 식전 30분 전 약과 저녁 취침 전 약으로 준다. 물론 외진 약을 다 포함해서 말이다. 그런가 하면 간호사와 보호사 전 직원들이 아침, 점심, 저녁, 배식하며 오줌 싸고 똥 싸서 냄새나는 보호실과 함께 붙어 있는 간호사실에서 환자들과 똑같은 반찬에 식사하는데 간혹 식사가 부족한 탓인지 아무튼, 사발면으로 때우기도 한다. 참 어떻게 보면 입맛 밥맛 다 떨어질 듯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그래도, 그리할지라도 맛있게 식사한다.

정신병원 직원들이 무슨 죄를 지어서 그렇게 힘들고 열악한 환경을 껴안고 산단 말인가. 절대 필요하지 않은 직업이나 사람은 우연히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함에도 옥에 티는 다 있으니 정말 안타까운 소식들이 이따금 언론을 타고 흘러나온다. 정신병원 보호사가 환자를 폭행하는 것이다. 요즘 몇몇 정신병원에서 환자를 보호사가 폭행하는가 하면 72세의 노인을 장시간 동안 강박하여 격리해서 사망에 이르게 하고 있다.

   얼마 전 정신병원 보호사 장 모 씨가 자신에게 욕설한 조울증 환자 박 모(35) 씨를 폭행하는 동영상이 YTN 방송을 통해 보도되었다. 장 씨는 박 씨의 오른쪽 어깨를 발로 차고 그의 몸 위에 올라 목 부위를 눌렀으며 폭행은 박 씨가 무릎을 꿇고 빌 때까지 이어졌다. 그런가 하면 인권위원회는 환자 전 모 씨(2014년 당시 72)를 장시간 격리하고 묶어놓아 숨지게 한 정신병원의 원장 최 모(37) 씨도 검찰에 과실치사 혐의로 고발했다고 이날 밝혔다. 원장은 지난 11월 알코올 중독 치료를 위해 입원했던 전 씨를 치료와 안전을 명목으로 17시간 50분 동안 묶어뒀다. 전 씨는 침대에 묶여있는 동안 몸을 가누기 힘든 상태에 의식이 없었고 이후 근처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으며 2014년 서울 뉴시스 530일 자 보도를 보면 다음과 같다.  

보호자의 동의​​만 있으면 정신질환자를 강제입원 시킬 수 있도록 규정한 정신보건법 조항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김용규 판사는 정신병원 강제입원 피해자 박 모(58·) 씨가 정신보건법 241, 2항에 대해 신청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받아들였다고 30일 밝혔다. 이 조항에 따르면 정신병원은 보호자 2명의 동의가 있으면 필요한 서류를 갖춰 정신질환자를 강제 입원시킬 수 있다. 김 판사는 "해당 조항이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반해 정신질환자의 신체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적법절차의 원칙에 어긋나는 위헌적 조항이라고 의심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시했다. 앞서 박 씨는 지난해 11월 자녀들에 의해 경기도 화성시 소재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됐다가 올해 1월 서울중앙지법에 구제를 청구했다.

박 씨는 당시 가벼운 갱년기 우울증을 겪고 있었을 뿐 정신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을 만한 정신질환은 없었음에도 병원이 자녀들의 동의만 받고 자신을 강제로 입원시켰다고 주장했다.

박 씨는 이후 구제심리 진행 중인 올해 2월 강제입원 근거 법률인 이 사건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이렇게 강제로 환자를 입원시키다 보니 아무리 멀쩡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병원에서 주는 정신 질환성 약까지도 강제로 먹어야 한다. 매 투약시간이면 간호사 옆에 따라오는 보호사에게 일일이 입을 벌리고 분명히 삼켰음을 확인받는데 이때 투약을 거부하게 되면 보호실행이다. 보건복지부에 정신병원 투약방법에 관해 물어보았으나 딱히 투약 방법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명시된 것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렇게 된다면 결국 정신이 멀쩡한 사람이 정신과 약을 먹음으로써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는다. 오히려 없었던 병도 생겨 몸과 마음에 많은 상처를 당하여 영혼까지도 짓밟히면서 입 · 퇴원의 자기결정권마저 없으니 생각해보라. 사람이 좋아지겠는가. 오히려 정신 멀쩡하던 사람이 정신적 충격과 강박에 의해서 그 영혼이 꺼져가는 그 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흔히 보호사가 잠시 잠깐이라도 보이지 않으면 누구 잡으러 갔어. 혹은 체포하러 갔어. 당신 죄목이 뭐야. 자네는 언제 잡혀 왔나. 아니 내가 내 돈 주고 술 마시는데 왜 자꾸 잡아넣는 거야." 하는 말의 유행이 뜬다. 참 요즘 여기저기에서 적나라하게 터지는 정신병원 사건들을 볼 때마다 정말 남의 일이 아니구나. 먼저 가정의 화목을 지켜야 가족을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뼈저리게 느끼면서 그래도 불미스러운 일 한 건 없는 새 희망 병원 3병동 직원들에게 감사하며 그들을 항상 바라볼 때마다 즐거운 마음으로 기뻐하니 정말 이들에게 많은 위안과 위로를 겸하여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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