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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깻잎 서정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8449 등록일: 2015-01-06

깻잎 서정

 

깊은 밤

장대리 앞 도로를 돌아보니

저 멀리 어두운 허허 벌판을 아스라이

뚫고 솟아오르는 불꽃같은 눈동자

수많은 밤을 태우고 있다.

여기저기 뻥뻥 뚫린 불빛은

킬리만자로 표범의 서식지를 말하는 듯하고

밤이면 밤마다 소름에 끼쳐 달달 볶이는 깻잎은

클래식 경음악에 무아지경에 빠져

잠 못 이루어 가고

명상의 칼날을 곧추세워 내공에 들어가니

푸른 실낱같은 잎 무늬에 생기 돋아

혀끝으로 켕기는 우물을 판다

 

고추잠자리 날아다니는 가을이면

어머니는 언덕배기 밭에 나아가

파란 물결 파릇파릇 파도치는 들깨 뽑아

마당에 포장 깔아놓고 막대기로 토닥토닥 다독이시면

깨알 머금은 송이는 모래알 같이 수많은 깨알 내뱉으면

어머니 손끝에서 참기름 내어 주던 시절이었지만

 

지금은 돌아가신 어머니 품을 가로질러

잎의 채소가 되겠다고

서대산 904m 준령을 사뿐히 넘어

향긋이 코끝에 진액을 묻혀 간질이며

후끈후끈 달아오른 비닐하우스 안 풋내서린

흙의

정기에 둘러싸여 온몸에 짜르르 전율을 발전하여                                     
감아 돌아 나가는 상쾌한 황홀감으로 껴안아

천연덕스럽게 청정한 자태로 갈아입은 유기농법으로

물 갈아 치장하고 깻잎 따는 할머니 손에서 똑똑 싱싱하게

따지면서도 웬일인지

시치미 뚝 잡아뗀 채 살짝 토라져 앉았지만 이제 곧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으로 먼 길 떠날 추부깻잎

심심치 않은 향 치레에 꺽꺽 치밀어 오르는

그윽한 입덧에 물질에 당겨 나오는 깻잎 맛은

쏜살같이 흐르는 세월을 맛있게 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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