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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낙율 시인의 작품읽기

오낙율 시인
따이한에게 쓰는 편지.4
작성자: 오낙율 추천: 0건 조회: 2064 등록일: 2011-10-19

따이한에게 쓰는 편지.4

                                                     오낙율

따이한!

아득히 높은 곳에서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콩나물을 기르는

노부부를 아시는가요?

그분들께는

언제나 맑은 물이

필요합니다.

물과 물을 이어서

끝없이 청수를 빚는

그분들을 도우십시오.

 

따이한!

오륜의 굴렁쇠를 굴리던 아이의

속삭임을 기억 하나요

오늘 아침 그 아이가

그대의 저택을 노크하지 않던가요?

초점을 잃어가는

그대의 시야를 위해

때로는 한 번씩 길게 울리다

때로는 다급하게 울리는

그 아이의 종소리를

따라가십시오.

그 아이는

양치기처럼

아무길목에나 걸터앉아

그대에게

맑은 물을 깃는 예기를

들려줄 것입니다.

 


가엾은 따이한!

그대의 몸에서

한 방울의 정자와 난자 이외에는

모두가 오염된 물입니다.

콩나물을 기르는 노 부부 에게

도움을 청하십시오.

.

세상의 모든 생명체가

스스로를 맑게 하기 위하여

끝없이 맑은 물을 들이킬 때.

단지, 눈 어두운 생명이 있었을 뿐

여전히 온화한 그분의 미소 앞에

그분이 뿌려주는 물을 마시며

그분의 콩나물임을

한없이 감사하소서.

그분의 콩나물시루 속에서

그대 따이한!

오로지 맑은 물을 깃는

그분을 응원하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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