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덕유산의 가을
소산/문 재학
그 이름도 너그러운 덕유산
울긋불긋 등산객들에 몸살을 앓는
일천 육백여 미터의 향적봉(香積峰)을 중심으로
장엄한 산줄기마다
타오르는 오색 단풍들이
가을 하늘을 수(繡)놓았다.
가도 가도 끝없는
깊고 깊은 계곡 숲 속길
맑디맑은 암반의 옥수(玉水)물소리
단풍을 희롱하는 바람소리가
화음을 이루는 몰아경(沒我境)의 구천동(九千凍)
급경사에 가을빛을 실어 나르는 콘도라
가쁜 숨을 토하는 무주리조트의 풍광들이
세파에 지친 세인들을 가을 향기로 씻어 내리고
돌아서는 길
하늘기운으로 쏟아지는
눈부신 단풍들이
구비굽이 가슴을 물들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