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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동 시인의 작품읽기

안재동 시인
바늘귀
작성자: 안재동 추천: 0건 조회: 471 등록일: 2022-04-07
* 바늘귀 *   /  안재동


속옷의 단추가 갑자기 떨어진
어느 독신 중년 남성이
작은 바늘 하나를 손에 들고
바늘귀에 실을 꿰려 한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실 끝을 바늘귀에 아무리 맞추어 넣으려 해도
도무지 들어가질 않는다

하이고 하이고, 이젠 나도 늙었네
이거 하나 못 맞추다니,
늙으면 죽어야제 죽어야제...
속으로 중얼중얼 탄식을 한다
그렇게 상심하다 결국 죽었다

그게 그게
실을 바늘귀에 못 맞춘 게 아니라
실이 도저히 귀에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바늘귀가 작았던 것이었음을 모른 채

진짜 노환으로 죽어야할 노인도 아니었으면서


* 월간 <시문학> 2019년 4월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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