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늘귀 * / 안재동
속옷의 단추가 갑자기 떨어진 어느 독신 중년 남성이 작은 바늘 하나를 손에 들고 바늘귀에 실을 꿰려 한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실 끝을 바늘귀에 아무리 맞추어 넣으려 해도 도무지 들어가질 않는다
하이고 하이고, 이젠 나도 늙었네 이거 하나 못 맞추다니, 늙으면 죽어야제 죽어야제... 속으로 중얼중얼 탄식을 한다 그렇게 상심하다 결국 죽었다
그게 그게 실을 바늘귀에 못 맞춘 게 아니라 실이 도저히 귀에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바늘귀가 작았던 것이었음을 모른 채
진짜 노환으로 죽어야할 노인도 아니었으면서
* 월간 <시문학> 2019년 4월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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