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눈 소식을 전하는 기상캐스터처럼 * / 안재동
겨울이면 가끔 첫눈 소식을 전하는 기상캐스터처럼 그대 앞에 나타나고 싶다
그대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나는 첫눈 소식이라도 들고 네 앞에 상기된 얼굴로 서고 싶다
아주 오랜 공백 끝에 만난 사람에게처럼 조금은 더 떨리는 가슴으로 기상캐스터처럼 자신감 있는 말투로
첫눈 내리는 날엔 벌판으로 나가 두 팔 두 다리 쩍 벌리고 누워 펑펑 쏟아지는 눈을 마냥 맞고 싶다
그때의 나는 세상물정 모르는 철 없는 소년, 내 가슴에 마구 떨어지는, 백지장보다 더 하얀 눈송이는 그대
* 계간 <한국시학> 2019년 봄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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