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문자
나는 행복한 여자
가슴 가득한 사랑을 안고
긴장된 마음으로 며칠을 보냈어요
어머니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정신을 집중한 시간들
하얀 화선지에 먹물을 입힙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한 자 한 자 같은 글을
낮이나 밤이나 쓰고 또 썼어요
아무리 써도 마음에 차지 않아요
전에도 많이 썼던 내용인데
참 알 수 없네요
어머니 사랑합니다
어머니께 이 마음을 전하기가
이렇게 어렵다니 알 수 없어요
188자 한 번 쓰는데 한 시간
모두 서른다섯 장을 썼어요
아직도 정성이 부족했나요?
그렇지만 이젠 시간이 없어요
고르고 골라 한 장을 택했어요
서른세 번째가 선택되었네요
간택된 화선지가 제일 잘한다는
이름난 표구사를 찾아가요
어머니 계신 안방 벽에 걸릴 족자
96세 생신을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