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감 하나
민문자
아파트 현관 앞 작은 감나무
새봄에 연둣빛 잎사귀 피어나고
하얀 감꽃 일더니
가을 되니 대봉감 하나 매달렸지
시월 중순부터 등불처럼 환히 익어
아침저녁 나를 반겨주기에
누군가의 손을 탈까 봐
전전긍긍하며 매일 살펴보았지
곱디고운 감이 바람도 탐이 났나?
엊그제 밤 잠든 사이 제 친구 비를 불러와
얼마나 못 살게 굴었던지
가지만 앙상하게 남겨 놓고 도둑질 해 갔네
(2018.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