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르 강가에서
민문자
아! 넓다
바다 같은 아무르강
한겨울 영하 40도라더니
저 두꺼운 얼음 좀 봐!
가장자리만 겨우겨우 녹으려 하네
세상 좋아져서 내 어깨에 날개를 달고
무시무시하게만 생각되던
구소련 땅에 날아와 너른 대지와
시베리아의 찬바람과 빗줄기를 바라보면서
하바롭스크 리베라호텔 커피숍 라떼 맛을 즐기다니
4월인데도 나무들이 눈엽을 못 틔우고
잔디가 푸른빛을 띠려면 아직도 멀었나 보다
자작나무와 참나무숲 공원화로 잘 기획된 도시
트롤리버스와 궤도전차와 버스 승용차의 물결에
대우와 현대 버스가 한몫하니 가슴 뭉클하다
가지각색 인종의 서양문화
신비롭게 극동에 피운 하바롭스크
자본주의 물결이 자유로워 보인다
거리에는 금발의 젊은 미남 미녀와
예쁜 아가들의 모습이 싱그럽다
대한민국은 영사관 설치도 안 되어 있는데
금싸라기 땅에 우리 기술이 우뚝 서 있다
하바롭스크 부자들만 산다는 최고급 리치빌이
우리나라 계룡건설 작품이라니 놀랍다
2002년부터 자매결연을 맺은 부천시와
심장병 무료수술 사업을 이어오고 있어
박영관 세종병원원장 하바롭스크 명예시민이 되고
가깝지만 아주 오랫동안 우리에게 닫혔던 땅
이제 새로운 교역과 관광지로 부상되고 있네
마트료시카 러시아 인형이
가는 곳마다 눈길을 끌고
거리의 악사가 연주하는가 하면
무라비오 아무르스키 동상 푸시킨 동상 레닌 동상과
박물관 러시아정교회에서 이 땅의 역사를 읽는다
비가 오는데 우산 쓴 사람이 드물다
어린 학생들과 나이 들어 뚱뚱보가 된 노인들까지
털코트 모자 고급정장 차림에 비를 맞다니
자연스레 비 맞는 이유를 아무르강 너는 아는가
키릴문자 간판만 보이는 곳에서 눈뜬장님이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