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손님
민문자
내 욕심과는 달리
고명딸 배필
선 두 번도 안 보고
딸이 데리고 온 신랑감
곧바로 승낙해 버린 아비와 달리
쉽게 가까워지지 않던 백년손님
벌써 열다섯 해가 되었다
추석 명절이라고 며칠 전
미리 이것저것 챙겨 넣은
아이스박스 상자를 가져오고
온 가족 오늘 인사 왔길래
정성껏 장모 솜씨 발휘해
오디주에 송엽주에 저녁밥을 먹여 놨더니
급체가 되어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돌아갔다
열세 살 열다섯 손녀 손자가 예뻐서
이제 겨우 서먹함이 해소되려나 했는데
온 정성을 다한 내 마음
아직도 편히 받아들이기가 그렇게 힘들었던가
사위는 여전히 손님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