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강 가방-스피치와 시낭송 문학의 집‧구로 2015. 5. 11. 월
가방
민문자
지금부터 가방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물건을 넣어 가지고 다니기 편리한 가방은 동전 지갑부터 핸드백과 여행 가방에 이르기까지 사용용도에 따라 크기와 모양이 퍽 다양합니다. 핸드백만 하더라도 헝겊으로 손수 만든 것부터 세계적 명품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다양한지 모릅니다. 유행에 민감한 여성들은 몇백만 원 씩하는 명품 가방에 목숨 걸듯 하다 보니 이를 노려 짝퉁 명품을 들고 다니며 멋을 내기도 하고 또 빈축을 사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세계여행이 자유롭게 열리기 시작한 1980년대와 1990년대 초까지 만해도 007가방 제조업체로 유명한 미국 제품 샘소나이트가 가장 인기 있는 여행 가방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나 성큼 사기에는 너무나 값이 비쌌습니다. 이 무렵 우리 부부도 미국 서부로 여행할 기회가 있었는데 남대문 시장에서 산 국산품 여행 가방을 가지고 갔습니다. 그런데 여행 중에 일행들이 너도나도 샘소나이트 가방을 사는 겁니다. 현지에서 사니까 가격이 엄청나게 싸다고요. 그래서 우리 부부도 대형 샘소나이트 여행 가방을 마련했습니다.
그 시절 외국여행 하는 사람 중에 격조 있게 보이는 것이 때와 장소에 맞게 옷을 잘 입는 것이어서 여러 벌의 옷을 준비하니 커다란 여행 가방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그 흉내를 내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 번 외국여행을 하다 보니 간편하고 가벼운 것이 최고라는 것을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십여 년간 해마다 여행했음에도 한 번도 이용하지 않은 그 대형 여행 가방은 창고에서 그대로 잠만 자고 있습니다. 처음 마련했던 여행 가방은 많이 낡았지만 아직도 외국여행을 갈 땐 꼭 저를 따라다닙니다.
젊은 날에는 핸드백에 왜 그렇게 관심이 많았는지 모릅니다. 옷에 맞추어 멋지게 보일 핸드백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저에게 버리기가 아까운 핸드백이 십여 개가 있었는데 현재는 가볍고 가격이 아주 저렴한 헝겊 가방을 핸드백으로 즐겨 애용하고 있습니다.
골프 치는 사람에게는 골프가방이 꼭 필요하고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책가방, 아기엄마에게는 기저귀 가방, 장사하는 사람에게는 돈 가방이 필요합니다.
당신에게는 어떤 가방이 필요합니까?
이제는 우리나라 경제와 우리 생활이 세계화가 이루어진 현재에는 국산품과 외국 상품 가릴 것 없이 자신의 수준에 맞는 필요한 것을 선택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가방에 대하여 말씀드렸습니다.
이오장 시인 약력
이오장(李五長) 63세 전북 김제 출생. <믿음의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오장 시인은 현재 한국문인협회 중앙위원과 한국현대시인협회 사임이사를 맡고 있다. 시집으로 <바람꽃을 위하여> <꽃과 나이테> <꽃과 바람의 변주> <화석의 울음> <꽃의 단상> <날개> <조선왕릉> 등이 있으며, 동시집으로 <서쪽에서 해뜬 날> <하얀 꽃바람> 등이 있다.
섬진강에서 / 이오장
굽이굽이 휘어진 강마을마다
산수유 꽃피어 황어떼 모이고
아랫뜸 모래바람 그 언덕 위에
매화꽃 구름 이뤄 봄맞이길 부르네
그 아낙네를 왼종일 섬진교 아래
재첩 긁는 가래질 소리 가래질 소리
망덕포구 갯바람에 잦아드누나
망덕포구 갯바람에 잦아드누나
줄기줄기 흘러서 하늘 담긴 물
어디에 담아다가 물들일거나
가지에 피어나는 그 푸른 잎새
강물 위 아른아른 꽃그림 그리네
꽃 너울진 마을마다 노랫가락
오봉산 멀리멀리 메아리 되어
망덕포구 갯바람에 잦아드누나
망덕포구 갯바람에 잦아드누나
잦아드누나
시가 있는 아침 / 이오장
나의 무대 아무나 오르지 마라
노랫소리 들리거든
그 자리에서 귀를 세워라
더 높이 오르지 못하고
낮은 걸음으로 차지한 자리
다시는 빼앗기지 않으련다
햇살 눈부신 날
구름 위에 올라 부르던 노래
보리밭에 묻어두고
푸른 들판 눈에 품었다
단숨에 날아올라
보이는 곳까지 잊어버리고
몇 발자국 가면 끝나는 무대를
가까스로 차지했다
이제 어디든 마다않고 부르는 노래
누구도 넘보지 마라
말.말.말 / 이오장
뛰어가며 한 말
빠르다고 진실은 아니지
바람 탄 말 물에 젖기 쉽고
입으로 물어온 말
뱉는 순간 부서진다
똑같이 한 말도
속삭였다고 가깝지 않고
강 건너 온 말 귓가에 잡으려면
많은 메아리를 재워야 하지
마주보고 한 말
눈으로 전했다고 색깔이 없을까
믿었다고 하는 대답
눈웃음이다
산 하나하나 넘을 때마다
울림으로 퍼지다가
합쳐지지 못하고 휘돌아도
사그라지지 않고 커져가는
말.말.말
콩 심은데 콩, 팥 심은데 팥 나고
혼자서 한 말도
굴러가면 번져
말 심은 곳에 허물 돋아난다
입춘대길 / 이오장
밤새 내린 눈 위에
날개달린 발자국 찍어놓고
크게 웃는 아이들
순수의 봉오리는
눈보다 더 하얀 꽃을
아파트 마당에 피웠다
까르르 퍼져가는 웃음소리에
하늘과 땅이 한송이 꽃
오는 봄길이 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