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강 길-스피치와 시낭송 문학의 집‧구로 2015. 4. 6. 월
길
민문자
지금부터 길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사람은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바로 길과 맞닥뜨립니다. 처음에는 어머니 아버지가 가르쳐주는 길을 따라 생활하다가 성장하면서 스스로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길은 크게 나누어 세 가지 뜻으로 첫째는 교통수단으로서의 길, 둘째는 삶의 방도를 나타내는 길, 셋째는 행위의 규범으로서의 길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우선 교통수단으로서의 길은 고샅길 골목길 오솔길 산길 들길 자갈길 진창길 소로길 한길 지름길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길이란 넓은 도로와 좁은 길로 어디까지나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방방곡곡 어디를 가도 도로가 잘 닦여져 있어 감탄합니다. 잘 닦여진 길을 가다가 갑자기 길이 없어 더는 갈 수가 없다면 얼마나 당황하게 될까요?
20여 년 전만 해도 한창 신도시개발 붐이 일어날 때입니다. 일산에 살면서 자동차로 자가운전을 하면서 오류동 사무실에 출퇴근할 때입니다. 하루는 매일 다니던 길이 아닌 지름길로 들어서서 부천 종합운동장 옆을 지나 남부순환로를 찾다가 <더 이상 갈 수 없음> 표지판을 보고 가슴이 꽉 막히던 느낌을 받고 되돌아오던 때가 생각납니다. 그 후 그곳이 부천 작동 터널이 뚫리고 서울 부천 거리를 단축한 빠른 길이 되었습니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부트럭터미널 앞 사거리와 만난 큰 도로로 지금은 교통이 매우 혼잡할 정도입니다. 이처럼 길은 필요에 따라 뻗어 나오고 또 뻗어 가고 있습니다.
인간의 역사는 길을 이용하며 보다 빠르고 편리한 방법을 연구하여 교통수단의 발달을 가져왔습니다. 보행을 위한 육로는 기차나 전철의 통로로 철길, 물 위를 다니는 배의 통로는 뱃길, 비행기가 다니는 하늘길을 열었지요.
둘째로 삶의 방도, 즉 진로의 길을 선택할 때 매우 고심하게 됩니다.
직업선택으로 사업가가 되느냐 공무원이 되느냐, 교육자 법조인 의사 연예인 노동자 등 인생살이에 어떤 직업을 선택하는 길이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하게 되지요.
셋째는 행위의 규범으로 인간의 도리에 어긋나는 길로 가서는 안되는 도덕적 이념이 있습니다.
우리 격언이나 속담에 ‘군자대로행’이니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고 말이 아니면 하지를 말라’ ‘군자는 남에게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처럼 길이란 한자어 道는 길(路), 이치, 근원, 방법, 사상, 인의, 덕행의 의미로 우리에게 걸어가야 하는 길, 사는 방식, 도의에 맞는 행동을 포함하는 뜻이 있습니다.
오늘은 원미산 진달래 꽃 구경하며 야외 수업을 하는 날입니다.
원미산 가는 길을 찾아봅시다. 온수역에서 부평행 7호선을 타고 두 정거장째인 부천종합운동장역에서 내려 2번출구로 나가 부천활박물관 기준점에서 좌회전하면 진달래꽃동산인 부천 원미산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생활의 필요에 따라 매일매일 길을 찾아 떠납니다. 꽃놀이하며 시낭송하는 야외수업은 아름다운 생활을 하는 정서적인 방편입니다. 길을 오가면서 미소띤 얼굴로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주지않으려고 애쓰고 함부로 꽃을 꺾지 않고 예의를 다하고 인의에 맞는 생활을 하는 것은 참된 길을 찾아가는 배우는 사람의 행동입니다.
우리 모두 참된 길을 찾아 즐겁게 사는 길을 함께 갑시다.
지금까지 길에 대하여 말씀드렸습니다.
권일송(權逸松 : 1933년 ~1995) 시인 약력
1933년 10월 19일 전북 순창 출생. 1956년 전남대 공대를 졸업하고, 목포 문태고 교사, 『전남매일신문』 논설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한국문인협회 시분과회장, 한국현대시인협회 부회장, 한국펜클럽 부회장,한국현대시인협회회장 등을 역임했다. 1960년 전남문학상(1960), 1983년 소청문학상, 1985년 현대시인상 등을 수상했다 195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불면(不眠)의 흉장(胸章)」, 그리고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강변 이야기」가 각각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했다. 1966년 첫시집 『이 땅은 나를 술 마시게 한다』를 간행한 이후, 『도시의 화전민』(1969), 『바다의 여자』(1982), 『바람과 눈물 사이』(1987) 등의 시집을 간행하였다. 시 이외에 평론 「시정신과 산문정신」(1975), 「우리 시와 시대 상황」(1986) 등을 발표하면서 『한국 현대시의 이해』(1981), 『윤동주 평전』(1984) 등을 발간하기도 하였다.
한편 수필집으로 『한해지(旱害地)에서 온 편지』(1973), 『생‧왜 사랑이어야 하는가』(1987) 등이 있다. 그와 함께 작품 활동을 시작한 동시대의 시인들이 대부분 전통적이거나 자연친화적인 경향으로 기울었음에 비해, 현실적이고 시사적인 사건들에서 소재를 즐겨 취하여 그것을 풍자‧비판하는 주지적 시풍을 견지한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출처 : http://cafe.daum.net/koreaborisu>
반딧불 / 권일송
단순히 사랑만을 노래하기엔
하늘은 너무나 깊고 푸르렀다
끝모를 무명의 들판에
훨훨 나는 새의 모습으로
영원의 모서리에 닿는다
땅위에 영그는 작은 열매들은
저마다 평화로운 식탁 둘레에
노동의 새벽을 열어 주나니
하늘에게 가는 목숨이야
어디 날개 달린 새 뿐이랴
모시 수건으로 정갈히 닦아낸
쟁반위의 밤하늘엔
반딧불로 어지러운
떠돌이의 고향이 보인다
강변 이야기 / 권일송
외치는 것도 아닌 그러나 맞아, 너와 나의 뼈마디에 흐르는 어느 날부터서인가
선사로부터 열리는 긴 긴 어느 날 밤의 이야기
바람도 멎어가는 사슴이 우는 모퉁이
골짜기 침실의 밀어를 건드리고 들뜬 마음
외딴 길에 버선 젖은 청상을 달래우기엔 아직도 먼 날
영원한 수고 눈을 감고 거먹한 혼을 밟고서면 (마음은 부푸는 전쟁과 평화)
예나 제나 근원을 모르는 채 물 흐르는 기슭에서
사내처럼 죽어간 고것들을 쌓고 도는 꽃밭으로 널려있는
그 무수한 이야기들
흐르는 너의 곁 바구니를 멀던져 놓고 얼마를 엎디어 가시내는 울고 있어도
갈대밭은 저희끼리 정다운 사랑하는 의미들 그것인가
이제는 어느 노여움도 가신 따
신라와 아사달이, 숨 쉬는 골에
돌 만에 돌아온 누나여…
생활은 그렇게도 먼데서 더디 오는 걸음
늬 눈을 감고 피곤한 온갖 얼굴들아
오월의 윤무를 잊은 채 고달픈, 하루의 아버지
약풀이 돋아나는 곳이야 어디이건 물어
시방 상관없는 이 흐르는 지리를 딛고서면
두 눈 뜨고 맞손 잡아
다시는 에라하 나뉘이지 않을 기약의 강변
바람과 눈물사이 / 권일송
바람이 나무 끝에 매달려
파아란 불을 켠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스치면서
거의 소리나지 않게
여인의 하얀 목덜미를 간질이고
아무도 가담하지 않은
이 시대의 양심을 뒤 흔든다
모딜리아니의 색채보다 부드럽고
김수영의 시보다 단단한
우리들의 사랑과 절망
언제 어디서나 네 눈동자는 외롭고
거리의 눈물꽃은
자지러들지 않는다
한번 얼어붙은 가슴들은
쉬이 녹지 않는다
냉이와 씀바귀가 자라는
대지의 봄이 밀물해도
자유에 대한 진술은
상기 눈 멀었는가
바람 속에 휘청거리는
서울의 골목길이 비에 젖는다
이제는 외상술을 마시고
보들레르에 취한 시인들도 없다
모두 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진다
풀무질하는 성난 가슴들을 보듬고
헛되고 헛된 꿈에 밀린다
그러나 아직
바람이 목을 맸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쓸쓸한 한줌의 민들레 바람이여
뭔가 시나브로 가슴에 조여드는
경계선이 나를 미치게 할 때까지
흣한 민들레의 울음으로 흘러가야만 한다
진달래꽃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산유화 / 김소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