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강 하늘-스피치와 시낭송 문학의 집‧구로 2015. 3. 23. 월
하늘
민문자
지금부터 하늘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세상에 태어나 하늘 아래에서 살면서도 하늘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 본적이 없습니다. 그저 맑은 날 아침이면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희망에 벅차 기쁘게 하루를 시작하고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꿈을 꾸기도 합니다. 그러나 캄캄한 하늘에서 천둥 번개 벼락과 함께 폭우가 쏟아지면 두려워 벌벌 떨게 됩니다.
가까운 사람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을 때, 사람의 힘으로 해결이 어려운 문제에 봉착했을 때, 해결해 달라고 나도 모르게 하늘을 우러러보며 기원을 드리고 나쁜 행동을 저지르려는 마음이 생길 때는 하늘이 내려다보는 것 같아 행동을 움추리기도 합니다. 오해가 잘 안 풀리거나 억울한 일을 당하면 하늘 만은 내 마음을 알 것이라고 자위를 하기도 하지요.
한마디로 하늘을 설명하기는 참 어렵습니다.
한국민족대백과사전에 의하면 하늘이란 일반적으로 땅의 대칭으로 지상의 공간을 총칭하는 말인데 우리가 바라보는 하늘의 현상은 지평선으로 한정되어 아득히 높고 멀리 활이나 무지개같이 한가운데가 높고 길게 굽은 형상으로 바다와 호수처럼 창창한 공간이며, 그 공간에는 공기의 분자와 대기 속의 먼지가 떠다니고 있을 뿐입니다.
하늘의 다른 말은 ‘한울’인데 한울은 ‘한’과 ‘울’의 합성어입니다.
‘한’은 접두사로서 일부 명사 앞에 붙어서 크다는 뜻을 나타내며 ‘울’은 우리·울타리의 준말로 속이 비고 위가 터진 물건의 가장자리를 둘러싼 부분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한울이란 큰 울타리라는 뜻으로 밖〔外〕이 없는 사방, 끝〔末〕이 없는 창공, 일월이 교차하고 성신(星辰)이 운행하며 만물이 자생하고 만사가 발생하는 천지 사방과 상하좌우를 뜻하는 공간상의 한울입니다. 또 ‘울’은 또 우리라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한울’은 큰 우리라는 말이니 천지만물과 나, 천지만물과 우리는 일체감을 가진다는 의미가 내재하여 있습니다.
하늘을 달리 표현하여 ‘한얼’이라고도 합니다. 이 한얼의 ‘얼’은 넋이요, 혼이요, 정신이지요. 그러므로 한얼이란 관대한 마음, 박애 정신, 대자대비(大慈大悲) 등의 뜻을 함유하는 말입니다. 또 ‘한얼’의 ‘한’은 바르다(正)는 뜻이 있으니, 예를 들면, 한나절(正午)·한복판(正中)·한마음(正心) 등이 그것입니다. 그러므로 한얼이란 바른 넋, 정직한 정신을 의미하여 정의(正義)·의리(義理)·공심(公心) 등의 뜻이 있습니다.
하늘의 ‘늘’은 언제나·항상·그러하다는 뜻이고 영원성·불변성·항구성을 표상하는 말입니다.
하나님의 ‘하나’는 우주의 근본은 유일무이하다는 종교상의 신을 가리킴인데, 우리 민족의 유일신은 빛과 열과 광명을 주는 태양을 말합니다.
‘한얼’은 정신 면에서 본 심성적 하늘을, ‘하늘’은 시공을 초월한 불변적 하늘을, ‘하나’는 만물의 근저(根抵)는 하나라는 절대적 하늘을 말한 것입니다.
이 한울의 하늘이 곧 인간이요, 인간이 곧 하늘이라는 뜻으로 인간과 하늘과의 관계에 시간적·공간적 틈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하늘의 뜻이 바로 인간의 뜻이며, 인간의 뜻이 바로 하늘의 뜻이며, 하늘의 사랑이 바로 인간의 사랑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 없는 생각으로 행동하며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하늘에 대하여 말씀드렸습니다.
김종삼 시인 약력
(1921.3.19~1984.12.8)
황해도 은율 출생. 평양의 광성보통학교 졸업 후 일본 도요시마[豊島]상업학교를 졸업하였다. 그후 영화 조감독으로 일하였고 유치진(柳致眞)에게 사사, 연극의 음향효과를 맡기도 하였다. 6·25전쟁 때 대구에서 시 《원정(園丁)》 《돌각담》등을 발표하여 등단하였다. 1957년 전봉건(全鳳健)·김광림(金光林) 등과 3인 연대시집 《전쟁과 음악과 희망과》를, 1968년 문덕수(文德守)·김광림과 3인 연대시집 《본적지(本籍地)》를 발간하였다. 초기 시에서는 어구의 비약적 연결과 시어에 담긴 음악의 경지를 추구하는 순수시의 경향을 나타냈다. 이후 점차 현대인의 절망의식을 상징하는 정신적 방황의 세계를 추구하였으며, 과감한 생략을 통한 여백의 미를 중시하였다.
소금바다 / 김종삼
나도 낡고 신발도 낡았다
누가 버리고 간 오두막 한 채
지붕도 바람에 낡았다
물 한 방울 없다
아지 못할 봉우리 하나가
햇볕에 반사될 뿐
조류(鳥類)도 없다
아무 것도 아무도 물기도 없는
소금 바다
주검의 갈림길도 없다.
시인학교 / 김종삼
공고
오늘 강사진
음악 부문
모리스 라벨
미술 부문
폴 세잔느
시 부문
에즈라 파운드
모두 결강
김관식, 쌍놈의 새끼들이라고 소리지름. 지참한 막걸리를 먹음.
교실 내에 쌓인 두꺼운 먼지가 다정스러움.
김소월
김수영 휴학계
전봉래
김종삼 한귀퉁이에 서서조심스럽게 소주를 나눔.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제5번을 기다리고 있음.
교사(校舍)
아름다운 레바논 골짜기에 있음.
북치는 소년 / 김종삼
내용 없는 아름다움처럼
가난한 아희에게 온
서양 나라에서 온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어린 羊들의 등성이에 반짝이는
진눈깨비처럼
묵화墨畵 / 김종삼
물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