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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강 겨울방학-스피치와 시낭송 문학의 집·구로 2014. 12. 29

작성자: 민문자

추천: 0건 조회: 6599 등록일: 2015-01-04

제77강 겨울방학-스피치와 시낭송 문학의 집·구로 2014. 12. 29                        겨울방학 
                                                                                                                                                   민문자 
지금부터 겨울방학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한창 추운 겨울에는 너무 추우므로 학교에 오가며 교실에서 공부하기도 힘드니까 일정 기간 학교 수업을 쉬는 일을 정책적으로 실시하는 것을 겨울방학이라 합니다. 저의 경험으로는 방학이 되면 아이들이 좋다고 손뼉을 치며 반겼습니다. 눈이 오면 친구들과 눈싸움도 하고 눈사람도 만들고 또 얼음판에 가서 스케이트도 탈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겨울이 되면 커다란 논에 물을 가득 채워 얼음판을 만든 스케이트장에 가서 썰매도 타고 팽이도 치며 놀던 광경이 떠오릅니다. 송판 뒤에 굵은 철사를 나란히 두 개를 박아서 만든 썰매에 쪼그리고 앉아 양손에 송곳 막대로 얼음을 지치며 놀다가 살짝 녹은 얼음물에 빠져서 손발이 꽁꽁 얼었던 기억이 납니다. 
설날이 가까이 오면 방패연이나 꼬리 연을 가지고 높은 산에 뛰어 올라가 얼레에 감은 실을 풀었다 감았다 하면서 하늘을 나는 기분을 만끽했습니다. 
또 공동묘지나 인적이 없는 깊은 산 속을 지나서 십 리가 넘는 길을 걸어서 외갓집이나 고모님 댁에 찾아가던 일은 지금 생각해보니 담력을 기른 기회였습니다. 그리고 친척 간의 유대가 돈독해져 성인이 되어서도 서로 돕고 사는 사이를 맺어주는 기간이었습니다. 
그러나 겨울방학 기간에 『겨울방학 공부』라는 책과 일기 쓰기, 그림과 서예, 만들기 숙제를 제쳐 두고 실컷 놀다 방학이 끝나갈 무렵이면 화들짝 놀라고 태산 같은 걱정을 했지요. 선생님 없이 혼자 스스로 겨울방학 과제를 매일매일 나누어서 해야 하는데 놀기만 했으니 큰일이었습니다. 제일 큰 문제가 일기 쓰기였습니다. 한꺼번에 쓰려니 지나간 일은 기억이 안 나 날씨가 맑음인지 흐림인지도 잘 몰라 쩔쩔맸습니다. 그래서 엉터리 일기를 쓰느라 애를 먹었지요. 대부분 어린이가 이렇게 지냈습니다. 지금보다 부모님들이 자녀교육에 관심을 덜 두던 시대 이야기입니다. 
새 시대에 들어서서 국민 전체의 지식수준과 경제사정이 좋아져서 국민의 비 문맹률이 세계 최고가 되었습니다. 초등학교에서는 옛날처럼 방학숙제가 학생들의 압박을 줄 만큼 많지 않고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여행하면서 박물관 견학이나 일가친척을 방문하고 감상문이나 느낀 점을 글로 표현해 보라는 교육을 한다고 합니다. 이제 부모님들도 자녀가 하나둘뿐이라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그야말로 경험을 직접 해보도록 산교육을 하는 것이지요. 
어느 부모는 주말마다 아이를 데리고 전국을 여행하면서 현장교육을 한다지요? 또 방학이 끝나면 스키장이나 외국 여행을 다녀와 자랑하는 초등학생도 많다고 합니다. 
물질문명이 최고로 발달된 현대에도 부자와 가난한자의 위화감을 해소하기란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어느 사회나 빈부의 차이는 있는 일이라 가난한 집 아이들의 부모와 어린이는 지금도 마음 아픈 일을 겪을 것입니다. 무리하지 않고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은 중요합니다. 
겨울방학을 통하여 감기 조심하면서 건강하게 자신이 해보고 싶던 일을 하고 성취감을 느껴보도록 해야겠습니다. 성인인 우리도 아이들과 겨울방학을 통하여 자녀들과 함께 더욱 친밀도도 높이고 새로운 일을 경험하고 보람 있는 시간을 가져봅시다. 
지금까지 겨울방학에 대하여 말씀드렸습니다. 
  
이기철시인 약력 
1943년 경남 거창에서 출생, 영남대 국문과를 졸업 동대학원에서 국문학 박사 
197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낱말 추적』 『청산행』 『전쟁과 평화』 『우수의 이불을 덮고』 『내 사랑은 해지는 영토에』 『시민일기』 『지상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 『열하를 향하여』『유리의 나날』『가장 따뜻한 책』 
2011년 시집『잎, 잎, 잎』 산문집『영국 문학의 숲을 거닐다』발간. 
김수영문학상(1993), 후광문학상(1991), 대구문학상(1986), 금복문화예술상(1990), 
도천문학상(1993) 등을 수상. 영남대 교수로 정년퇴임. 영남대 명예교수 
노래마다 눈물이 묻어 있다 / 이기철 
떠나간 사람은 이별을 만들고 
다시 만난 사람은 해후를 만든다 
눈물은 꽃잎을 만들지 못해도 
꽃잎은 눈물을 만드는 날이 있다 
사랑은 떠나갈 때 가장 아름다운 것 
이별을 흔드는 조그만 손짓은 
인간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인사 
눈망울과 입술과 표정이 작별을 만들 때 
울음은 가장 순수한 발명품 
이 표절할 수 없는 의식은 
누구의 음악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일까 
그러기에 노래마다 눈물이 묻어 있다 
시는 삶의 양식 / 이기철 
인간은 생각의 순금을 얻기 위해 생애를 바친다 
집중하고 천착하라 
얻은 것 아무것도 없다 할지라도 
생각하는 시간은 귀중하다 
모래 위를 맨발로 걸어간 사람 
소금바다를 헤매다 죽은 어부 
볍씨 뿌리고 논 위를 스치는 구름 그림자를 바라 
보던 농부 
그 모든 인간은 아름답고 현명하다 
누가 네 살의 강물에 다시 발을 담글 수 있는가 
그 가슴이 종달새와 함께 노래하고 
그 마음이 들판의 송아지와 함께 거리의 악사가 되는, 
누가 다섯 살의 햇살 속으로 날아갈 수 있는가 
노랑나비와 줄파랑새의 친구가 되어 
동풍속을 끝없이 달려가는, 
인간의 마지막 희망은 아이로 돌아가는 것이다 
어두운 흙에서 방향芳香으로 피어나는 풀꽃 
그것이 인간의 희망이고 영원이다 
나는 이 염원을 빌어 시를 쓴다 
시는 내 삶의 양식이다 
별까지는 가야 한다 / 이기철 
우리 삶이 먼 여정일지라도 
걷고 걸어 마침내 하늘까지는 가야 한다 
닳은 신발 끝에 노래를 달고 
걷고 걸어 마침내 별까지는 가야 한다 
 
우리가 깃들인 마을엔 잎새들 푸르고 
꽃은 칭찬하지 않아도 향기로 핀다 
숲과 나무에 깃든 삶들은 아무리 노래해도 
목쉬지 않는다 
사람의 이름이 가슴으로 들어와 마침내 
꽃이 되는 걸 아는 데 
나는 쉰 해를 보냈다 
미움도 보듬으면 노래가 되는 걸 아는 데 
나는 반생을 보냈다 
 
나는 너무 오래 햇볕을 만졌다 
이제 햇볕을 뒤로 하고 어둠 속으로 걸어가 
별을 만져야 한다 
나뭇잎이 짜 늘인 그늘이 넓어 
마침내 그것이 천국이 되는 것을 
나는 이제 배워야 한다 
먼지의 세간들이 일어서는 골목을 지나 
성사(聖事)가 치러지는 교회를 지나 
빛이 쌓이는 사원을 지나 
마침내 어둠을 밝히는 별까지는 
나는 걸어서 걸어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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