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강 감기-스피치와 시낭송 문학의 집·구로 2014. 12. 8. 월
감기
민문자
지금부터 감기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환절기가 되면 많은 사람이 감기 때문에 괴로움을 겪습니다. 우리 몸의 면역성이 약해지면 감기에 걸리기 쉽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미리 감기예방을 하느라 봄가을에 보약을 지어 먹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평상시보다 비타민을 많이 섭취하고 독감 예방주사도 맞으며 운동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합니다.
감기는 주로 바이러스로 말미암아 걸리는 호흡기 계통의 병으로 보통 코가 막히고 목이 붓고 가래가 생기고 열이 나며 머리가 아파서 일상생활을 하는데 힘이 몹시 듭니다. 옛날에는 ‘그까짓 것 감기쯤이야!’ 하고 일주일만 견디면 저절로 낫는다고 믿었고 실제로 고뿔은 잘 먹고 며칠 편히 쉬면 깨끗이 낫는 수도 있습니다.
내가 이번에 걸린 감기는 한 달이 넘도록 감기약을 달고 사는데 감기란 놈이 나가다 들어오고 여간 힘이 드는 것이 아닙니다. 아마도 체력이 나이 탓도 있는지 이번 환절기에는 식은땀도 많이 흘리면서 감기에 사로잡혀 지내고 있습니다. 나는 우선 감기 기운이 있으면 생강에 대추와 구기자를 넣어 끓인 차를 마시며 지내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별무효과입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콜록콜록 기침하며 누런 코를 흘리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누구나 코침을 많이 흘렸으므로 초등학교를 입학하면 우선 왼쪽가슴 이름표 아래에 손수건을 핀으로 달고 다녀야 했습니다. 손수건이 없는 아이들은 옷소매로 코를 문질러 검은 옷은 그 코침이 말라붙어 번질번질 윤이 나고 더께가 질 정도였습니다.
6‧25전쟁을 겪은 후인지라 그 시절은 사회가 혼란스럽고 경제가 어려워 주거환경도 열악하여 대부분 아이들이 변변히 입지도 못하고 영양실조 상태여서 그렇게 코를 많이 흘렸던 것입니다. 지금 어린이들은 얼마나 깨끗한 모습인가요. 나라 살림이 좋아져 초등학교는 무상급식에까지 이르게 되니 언제부턴가 어린이 가슴에서 손수건이 사라졌습니다. 모든 만병의 근원은 감기로부터 온다고 했는데 과거보다 건강보험 혜택이 좋은 환경에서 자라나 어린이 사망률은 극히 낮아졌습니다.
엊그제 동호인 모임에서 감기에 좋은 정보를 얻었습니다. 한약재로 된 기운나차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재료를 배합해 보고 레시피를 소개받았습니다. 여기에 김미애 기운나차를 여러분에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비염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유근피 2가닥, 마른기침, 폐결핵, 당뇨병에 쓰는 둥글레 5가닥, 영양실조, 폐결핵, 신경쇠약에 좋은 구기자 10알, 청혈해독 거담작용, 온갖 약의 해독작용을 하는 감초 1개, 중풍 습냉증, 숨이 차고 기가 치미는데 해열작용, 진통작용에 좋은 두릅나무뿌리 3개, 정신을 맑게 하는 오디열매 3개, 오래된 어혈을 풀어주고 몸이 거뜬해지는 작용을 하는 가시오가피 2개, 항바이러스, 세균억제, 혈액순환에 좋은 계피 1개, 갈증 해소, 열로 인한 설사, 중풍 두통치료에 좋은 갈근 2개, 담과 열을 삭이는 죽엽 5가닥, 머리가 아프고 코가 메며 기침하며 기가 치미는 것을 치료하는 생강 1개, 오장을 보호하고 진액을 보충해주는 대추 2알, 기관지염 인후염에 좋은 도라지 5가닥, 만성비염, 알레르기성비염, 코막힘 등에 좋은 목련꽃 봉오리 1꼬집, 유행성감기, 편도선염, 연주창에 좋은 항암작용하는 인동초덩굴 1개.
약탕기에 물을 많이 붓고 김미애 기운나차를 넣어 처음에는 센 불에서 끓이다가 약한 불로 1시간 이상 끓여 자주 마시면 감기예방과 치료가 잘 된다고 합니다.
여러분!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영양보충을 충분히 하면서 몸을 따뜻하게 하고 이런 한방차로 겨울건강을 잘 지켜냅시다. 지금까지 감기에 대하여 말씀드렸습니다.
문효치 약력
1943년 7월 15일 전라북도 군산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국문학과,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를 졸업. 1966년에 [한국일보],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문단에 나왔다. 제32대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장을 지내고 현재 <미네르바> 주간으로 있다.
저서 : 1983년 《무령왕의 나무새》(한국문학도서관) 1997년《선유도를 바라보며》(문학아카데미)
1999년 《시가 있는 길》(문학아카데미출판사) 2001년 《남내리 엽서》(문학아카데미출판사)
2002년 《문효치 시인의 기행시첩》(문학아카데미출판사)
2004년 《꿈을 좇는 로맨티시스트》(푸른사상사) 2004년 《백제시집》(문학아카데미출판사)
2004년 《동백꽃 속으로 보이네》(한국문학도서관)
2008년 《계백의 칼》(연인M&B출판사) 2008년 《연기 속에 서서》(한국문학도서관)
2010년 《왕인의 수염》(연인M&B출판사)
2011년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시월출판사) 2011년 《칠지도》(지혜출판사)
2012년 《문효치의 시읽기》(지혜출판사) 2002년 《문효치 시선집 1》(지혜출판사) 2012년 《문효치 시선집 2》(지혜출판사) 2012년 《문효치 시집세트》(지혜출판사) 2013년 《별박이자 나방》(서정시학출판사)
수상 : 제2회 군산문학상(2007년) 제6회 천상병 시문학상(2008년) 옥관문화훈장(2009년)
제23호정지용문학상(2011) PEN문학상(2012년) 김삿갓 문학상(2014) 제1회 익재문학상(2014)
계백의 칼 / 문효치
그가 벤 것은
적의 목이 아니다
햇빛 속에도 피가 있어
책 속의 피를 잘라내어
하늘과 땅 사이
황산벌 위에 물들이고
스러져가는
하루의 목숨을
꽃수 놓듯 그려 놓았으니
일몰하였으되
그 하늘 언제나
꽃수의 꽃물로 가득하여 밝은데
이를 어찌 칼이라 하랴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 문효치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닿기만 해라
허공에 태어나
수많은 촉수를 뻗어 휘젓는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닿기만 해라
가서 불이 될
온몸을 태워서
찬란한 한 점의 섬광이 될
어디든 가서 닿기만 해라
빛깔이 없어 보이지 않고
모형이 없어 만져지지 않아
서럽게 떠도는 사랑이여
무엇으로든 태어나기 위하여
선명한 모형을 빚어
다시 태어나기 위하여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닿기만 해라
산색(山 色) / 문효치
당신의 입김이
이렇게 흐르는 산허리는
산빛이 있어서 좋다
당신의 유방 언저리로는
간밤 꿈을 해몽하는
조용한 아우성의 마을과
솔이랑 학이랑 무늬 그려
도자기 구워내다
새벽 이슬 내리는 소리
오월을 보듬은 당신의 살결은
노을, 안개
지금 당신은 산빛 마음이다
언젠가 내가 엄마를 잃고
파혼 당한 마음을
산빛에 묻으면
청자 밑에 고여 있는
가야금 소리
산빛은 하늘에 떠
돌고 돌다가
산꽃에 스며 잠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