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 P115
민문자
‘선물’은 우리에게 희망과 기쁨을 주는 단어입니다.
선물이란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똑같이 기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어야 합니다. 마음에 부담될 정도로 너무 값진 물건이나 반대로 쓸모없는 하찮은 물건이라면 차라리 선물을 주고받지 않느니만 못합니다.
어제는 어머니 생신이라 인천 친정에 가서 어머니와 하루를 보냈습니다. 91세나 되셨지만 아직은 그런대로 근력을 유지하고 계시니 여간 다행히 아닙니다.
저는 ‘생신 축하합니다, 사랑해요.’하고 포옹하며 처음으로 어머니께 꽃다발 선물을 했습니다. 어머니께 빨간 장미꽃다발을 안겨드렸어요. 그리고 미리 택배로 배달한 민어로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한여름 보양식으로는 최고라는 민어 보양탕으로 어머니랑 동생 내외랑 맛있는 점심을 먹었습니다.
엊그제 인천 신포시장으로 친구 셋이서 민어 보양탕을 먹으러 갔습니다. 한 주일 전에 예약해야 한다고 찾아간 식당에서 거절당하였습니다. 다른 몇 군데를 찾아다니며 사정사정해서 겨우 간이식탁을 차지했었습니다. 마침 그 이튿날이 어머니 생신날이라 민어탕으로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릴 생각을 했던 것이지요.
“너의 아버지가 민어회를 제일 좋아하셨는데…….”
사별한 지가 반세기가 넘었어도 좋은 것을 보면 늘 아버지가 그리우신 모양입니다.
저도 자연히 아버지 얼굴과 처음이자 마지막 아버지의 선물이 된 머플러가 눈앞에 떠올랐습니다.
가난한 농부의 딸인 제가 중학교시험을 치고 난 후 발표일 아침밥상에서 아버지가 웃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문자 오늘 발표일이지, 낙동강 오리알 떨어지듯 뚝 떨어져라!”
그 말씀에 서운해 하던 제가 명문 청주여중에 입학하자마자 융으로 된 포근한 머플러를 사다 주셨습니다. 유난히 허약하던 제가 추운 날씨에 6㎞를 걸어 다닐 것을 염려하셨던 것이지요. 곱절이나 비싼 양모 머플러를 못 사고 값이 헐한 면 머플러를 사주신 것에 대하여 몹시 마음 아파하셨습니다. 그 후 그 머플러는 저의 애장품 1호가 되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저세상으로 떠나신 아버지가 그리울 때마다 꺼내보곤 하는 물건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것을 시어머님께서 쓰레기통에 버리셨습니다. 색이 변하고 볼품없는 걸레도 못할 물건이지만 저는 몰래 다시 꺼내어 소중하게 장롱 속에 감추어두었습니다. 지금 다시 꺼내어 얼굴을 감싸봅니다. 아 그리운 아버지!
57년이란 세월이 흐르는 동안 수도 없이 값진 머플러를 여러 개를 가져보았어도 어느 것도 이 머플러보다 소중하게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눈앞에 당장 화려하고 값나가는 고급 물건보다 상대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소박한 것이 더 오랫동안 소중한 선물이 되기도 합니다.
미리 상대의 취미와 기호를 잘 알아서 꼭 필요한 물건을 고른다면 두고두고 고마워하는 선물이 될 것입니다. 웃으며 주고받는 선물은 우리를 행복하게 합니다. (원고지 8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