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靑春)
민문자
갈래 머리에 꽃분홍 블라우스를 입고
오솔길에서 오빠와 마주쳤을 때
두 방망이질하던 가슴
다시 내가 스무 살 소녀가 된다면
오빠의 여동생에게 들려 보낸 연애편지
거절하지 않고 받아 읽고 답장도 쓸 텐데
휘파람 불며 플라타너스 가로수 길을
자전거로 달리던 오빠의 멋진 뒷모습
이제는 마음 놓고 바라볼 수 있을 텐데
토요일 오후마다 오빠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너른 봄티 뜰을 가로지른 냇가
긴 뚝방 길을 달릴 수도 있을 텐데
일요일에는 맛난 김밥을 싸 둘러메고
등산하며 비탈길을 오르다가
오빠의 손을 잡을 수도 있을 텐데
오빠가 멀리 함께 떠나자고 유혹하면
보따리 몰래 싸들고
따라나설 수도 있을 텐데
아, 아까운 나의 청춘!